전재현 대전시 환경녹지국장

▲ 전재현 대전시 환경녹지국장
▲ 전재현 대전시 환경녹지국장

진작 알고 있었다. 크리스마스트리에 양말을 걸어두던 어린 날의 밤들.

빨간 옷을 입은 할아버지를 밤새 기다리다 우연히 눈뜬 새벽, 빨간 내복을 입은 할아버지의 실체를 목격하고도 한동안 진실을 모른 척한 이유를 우리는 알고 있다.

새벽에도 노력하신 할아버지의 정성을 그 어린 나이에도 외면하면 안 될 것 같은 여린 마음에서 그랬다는 것을.

생일이나 기념일에 우리는 주위의 소중한 이들에게 선물을 한다. 연말에는 1년 동안 고생한 시간을 돌아보며 스스로에게 선물을 주기도 한다. 주는 사람은 받는 이가 기뻐하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받는 사람은 주는 이의 마음에 감동하면서 기쁨이란 선물을 받는다.

선물은 누구에게나 기쁨이다.

4월 22일은 ‘지구의 날’이다. 지구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한마음으로 지구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날이다.

지구의 날은 1969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발생한 해상원유 유출사고를 계기로 지구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제정된 날이다.

하나뿐인 우리 지구는 지금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여름 서유럽에 쏟아진 1000년만의 대홍수는 2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미국에서는 섭씨 55도에 이르는 살인적인 폭염과 초강력 허리케인을 경험하기도 했다.

미국 텍사스 지역의 기록적인 폭설과 캘리포니아 지역의 대형 산불, 일주일 넘게 최고기온이 47도나 지속된 그리스 등 기후변화를 넘어 그야말로 기후위기 시대이다.

기상청은 2021년의 우리나라 기후 특징을 ‘양극을 넘나들었던 기온변동’이라고 표현했다. 2021년 3월에 개화한 서울의 벚꽃은 1922년 벚나무 관측 이래 가장 빨리 피었으며, 지리산 노고단에 내린 눈이 쌓이면서 분홍빛 진달래가 눈꽃이 되어버렸다.

기온 변동 폭이 역대 가장 컸던 1월, 한파와 초여름 날씨가 동시에 나타난 4월, 짧은 장마와 늦여름의 적은 비. 이상기후는 점점 예측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복잡하게 나타난다.

지구의 날을 맞이하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를 다시 생각해 본다. 인간의 무분별한 행위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가 SOS 구조신호를 내보내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의 한복판에 들어와 여러가지 현상들을 마주하고 있는 지금에서야, 기후위기가 자연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인간사회도 포함된 총체적인 문제라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가만히 앉아 치유되고 해결되기를 바라기만 하면 안 된다. 하나뿐인 지구에서 살고 있는 우리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지구가 보내고 있는 묵직한 경고메시지들에 응답해야 한다.

우리말의 ‘현재’와 ‘선물’이 영어로는 ‘Present’이다. 현재(Present)는 우리에게 선물(Present)이니 바로 지금이 가장 소중하다는 뜻일 것이다. 가장 소중한 시간, 바로 지금, 지구의 메시지에 답하는 작은 선물 하나씩을 준비해보자. 지구를 위한 일이라면 우리의 편리함 대신 소중한 지구를 지킬 수 있는 불편함을 실천해보자.

거창하지 않아도 좋다. 일회용 컵 대신 개인 컵 이용하기, 자가용 사용을 줄이고 대중교통이나 걷기를 선택하기, 쓰레기 분리배출이나 장바구니 이용하기 등등. 하나하나가 지구의 신호에 대응하는 답이고 지구에게 주는 작은 선물이 될 것이다.

우리의 어린 날, 아버지의 정성을 온 마음으로 느꼈던 것처럼, 지구도 우리의 정성을 느끼면서 조금씩 회복되기를 바래본다.

올해 지구의 날 주제는 ‘지구를 위한 실천 : 바로 지금, 나부터!’ 이다. 바로 지금! 나부터, 지구에게 선물을 주는 산타클로스가 되어봄은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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