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일 유성한가족병원 인공신장센터장 인터뷰
대전·충남·충북 의외로 의사 수 적어
지역 의료의 질 개선 돕기 위해 부임
최대한 많은 투석 환자 만나려 노력
관련 강의·이식 정보 전달에도 집중
유성한가족병원 투석센터 2곳 있어
전문의 2명 근무… 환자 상세히 관리
환자 안녕하면 사회·국가까지 건강
의료진 전진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

▲ 김순일 유성한가족병원 인공신장센터장. 김성준 기자

[충청투데이 김성준 기자] "환자를 내 가족처럼 생각하면 진심어린 치료를 할 수밖에 없어요. 그렇게 하루만 고생해도 한 환자의 인생이 바뀌고, 더 나아가 가족과 사회가 바뀔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최선을 다합니다." 김순일 유성한가족병원 인공신장센터장은 의사로서 늘 환자를 먼저 생각한다. 의료현장의 최일선에서 의료인들을 진두지휘하는 그는 영락없는 대장 기러기다. 무리의 맨 앞에서 거센 바람을 온몸으로 막으며 조직을 이끄는 대장 기러기, 김 센터장의 철학과 계획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대담=김일순 세종본부장

-대전의 유성한가족병원 인공신장센터장으로 부임한 계기는.

"대전과 충남, 충북은 대한민국의 중심에 위치해 있지만 의외로 의사 수가 적어 의료 여건이 열악하다. 치료 받기 위해 서울로 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말을 듣고 지역 의료의 질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전부터 알고 지내던 염진호 유성한가족병원 이사장의 철학도 결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염 이사장은 "병원을 운영해서 얻는 이윤은 아픈 환자에게서 나오는 아픈 돈이기 때문에 환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분이 환자와 병원 직원들을 돌보기 위해 애쓴다는 소식을 듣고 동참하게 됐다."

-그간 의료계에 종사하면서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1990년대 우리나라는 콩팥 이식만 활발했고 나머지 장기 이식에 관해서는 불모지였다. 1993년부터 1995년까지 미국에서 의사시험을 다시 치르고 주립대병원에서 이식외과 임상강사까지 했지만 국내 의료 분야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귀국했다. 당시 우리나라에는 장기 이식과 관련된 제대로 된 법안이 없어서 장기를 사고 파는 일들이 만연했다. 이때 관련 법안을 만들어서 누구나 공정하게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만들었다. 또 기증자와 이식자 간 혈액이나 항체가 맞지 않아 이식 수술을 할 수 없었을 때 국내 최초로 수술을 성공시켰다. 이식자들이 이식이 끝난 뒤에도 치료비에 허덕이지 않도록 보험혜택을 늘리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신장이식센터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나.

"콩팥이 망가진 상태에서 투석이나 이식을 하지 않으면 생명을 잃기 때문에 매주 3회 정도 투석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해도 요독의 25%가량 밖에 못 없애기 때문에 투석환자는 본인의 노폐물 안에 갇혀서 산다고 보면 된다. 이런 분들을 위해 투석을 진행하고, 회진하며 최대한 많은 환자들을 만나려고 노력한다. 관련 강의도 하고, 투석 환자들이 이식을 받을 수 있도록 정보 전달에도 집중하고 있다."

-유성한가족병원 인공신장센터가 다른 인공신장센터와 차별화된 점은.

"유성한가족병원 인공신장센터에는 2개의 투석 센터가 있으며, 현재 150명 정도의 환자가 이 시설에서 투석 받고 있다. 또한 투석전문의 2명이 근무하면서 환자에 대해 상세히 관리한다. 콩팥이 망가진 환자들이 왔을 때 혈액 투석을 해야 할지, 복막투석을 해야 할지 결정하는 등 투석전문의의 역할이 크다. 앞으로 만성신부전환자들에 대해 총체적인 관리 체계를 만들어 치료에 전념하고 싶다."

-이식외과 의사로 30여년 동안 활동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화는.

"1990년대 후반 연세의료원 근무 당시 선천성 신장 질환을 앓던 네 부자가 기억에 남는다. 아들 3명 중 1명이 신장에 이상이 생기자 다른 아들이 신장을 기증해준 일이 있었다. 그렇게 15년가량 잘 지내던 중 이번에는 아버지가 간경화를 앓게 됐는데 그때 또 다른 아들이 간을 기증했다. 장기를 기증하는 일이 쉽지 않은 일인데 한 가족에 두 번이나 그런 일이 생겨 놀라웠다. 처남이 매부에게 간을 기증한 사건도 인상 깊었다. 원래 처남과 매부 간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처남이 간을 기증하고 난 뒤부터는 매부가 처남만 집에 오면 버선발로 뛰어나간다는 말을 듣고 긍정적 현상이라고 생각했다. 장기 기증을 선뜻 결정하기 어렵지만 일단 하고 나면 가족 관계가 회복되고 자존감이 높아지는 경우를 많이 목격했다."

-대한신장학회와 보건복지부가 인공신장실에 투석전문의 배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인공신장실 설치 및 운영 세부기준 권고안’을 마련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모든 환자들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권리가 있다. 투석 환자들은 심장 등 온몸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투석전문의가 나서서 관리해줘야 한다. 아무래도 인공신장실을 운영하는 병원 등은 투석전문의를 고용해야 하는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니 반대를 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선진국이니 더 나은 치료 수준을 향해 조금씩 바뀔 것이라 본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지금까지 의사로서 쓰임 받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내 목표는 항상 환자의 안녕이다. 환자가 안녕하면 가족이 안녕하고, 더 나아가 사회와 국가까지 건강해진다. 앞으로도 기차를 끌고 가는 기관차처럼 의료인들이 전진할 수 있도록 길을 트고 원동력을 제공하고 싶다."

정리=김성준 기자 junea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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