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완 前 충청남도 행정부지사

충남행정부지사로 일하고 있는데 이명박 대통령 청와대의 사회통합지원단장이라는 고위직에 발령이 났다.

한 번도 어렵다는 청와대 근무, 필자에게는 세 번째 청와대 근무 발령이었다.

게다가 김대중, 노무현의 ‘진보 정권’ 청와대에서 2번이나 근무한 사람을 ‘보수정권’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자 또 다시 부른 것이다.

이렇게 나를 다시 청와대 근무로 부른 데에는 이명박 정부가 사회통합이라는 어려운 과제에 부딪혀 진전 시키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청와대에 부임하고 보니, 출범한 지 6개월 되었다는데 사무실에 예산은 한 푼도 없고, 사회통합 위원회는 출범도 못하고 있었으며, 공무원 10명이 앉아 무엇을 어떻게 할지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게다가 직원들은 대통령의 사회통합 의지에 반신반의하고 있는 것이 눈에 보였다.

그런 직원들을 설득하여 의문과 의심을 잠재우고 본격적으로 일에 착수했다.

사회통합위원장을 모시기 위해 고사하시는 고건 전 총리를 맹형규 정무특보와 찾아 뵙고 정중히 제안을 드려 모시는 등 6개월째 진전이 없었던 체제를 갖추는 일을 3개월 만에 끝냈다. 그리고 매달 프레스센터에서 토론회를 열었다.

보수단체와 진보단체가 각기 발표자를 선정해서 머리를 맞대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토론내용은 언론에 공개했다. 6개월이 지나니 많은 사람이 사회통합위원회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자료도 축적되었다.

보수와 진보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전문가들의 견해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우리 시대의 귀중한 자료였다.

청와대 사회통합지원단장 직책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내면서 사회통합이 매우 어려운 과제이긴 하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며 몇 가지 나름의 안목과 통찰을 갖게 되었다.

첫째, 공공성이 적용되어야 하는 제도나 정책에 대해서는 엄격한 규칙의 집행을 통하여 단단한 통합(tight coupling)을 이룰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 갈등의 많은 요소는 규정된 행정절차를 제대로 지키기만 해도 거의 해소될 수 있다는 것이 30년 행정가로서의 결론이다.

원전폐쇄 결정, 울산 선거부정 문제, 4.15 부정선거 문제 등과 같은 국가적인 문제나, 현역 복무 군인의 황제 휴가, 황제입원, 법인카드 불법사용 문제 등 개인 또는 가족의 일탈 문제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문제는 규정과 절차를 뛰어넘거나 무시하여 생기는 문제이다.

이런 일들은 우리 사회가 깨끗한 공중화장실, 편리한 지하철, K-POP, 시민문화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선진국’ 반열에 오른 세계적인 경제강국, 문화강국으로서 ‘공정한 사회’이기를 믿고 대한민국에 자부심을 갖고 싶은 국민들 특히, 젊은 세대들에게 엄청난 실망감과 자괴감을 주고 있다.

이렇게 "여전히 정치는 4류"라는 자조를 받는 것은 일부 권력자들이 법과 규칙을 무시할 수 있는 것이 ‘파워’라고 생각하는 비민주적 권력 관념 때문이다.

오늘의 대통령 선거과정은 "권력자가 솔선하여 엄격한 규칙을 지키는 일이 민주사회에서 얼마나 중요 한가?"를 계속 우리에게 일깨우고 있다.

둘째, 반면 개인의 자율성과 창의성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교육, 문화, 혹은 산업생산의 영역에서는 규제를 완화하여 자율성이 숨 쉬는 느슨하면서도 유연한 통합(loose coupling)이 필요하다.

주 52 시간문제와 같은 것은 노사 자율로 결정하도록 할 여지를 줄 필요가 있다.

노동자를 위하여 한 결정이 오히려 비정규 일자리의 씨를 말려 그나마 가졌던 임시직마저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현 정권의 문제는 첫째와 둘째를 거꾸로 하여 사회갈등을 증폭시켜 온 데 있다.

셋째, 사회의 갈등해결 과정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민주주의, 자유주의, 공화제적 시민 덕성 등 공동체의 가치와 목표를 정립하고, 어릴 때부터 학교교육과 시민교육을 통해 지속적으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민주적 지도자 교육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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