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경 충남도선거방송토론위원회 위원

흔히 선거는 공복을 뽑는 축제라고 한다. 공복을 뽑는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며, 토론은 선거의 꽃이다.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말이 다수결주의에 의한 결정 때문이 아니다. 다수결주의는 의견의 분포가 어떤지를 보여주는 것일 뿐 민주주의 형성되는 차원은 보여주지 못한다. 토론은 정치적 의견을 구축하는 과정이며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과정이다. 그래서 <불공정사회>를 쓴 이진우 교수는 "토론이 배제된 다수결은 껍데기만 민주주의일 뿐 정당하지 않다"라고 하면서 정치토론의 부재가 민주주의 실현에 심각한 결함을 만들어낸다고 강조했다.

미디어와 뉴스가 과잉된 시대에 살고 있는 유권자들은 언제 어디서든지 충분히 후보자 정보를 접하고 평가할 수 있다. 후보자 정보를 쉽사리 접하기 때문에 "토론무용론"이 고개를 들기도 한다. 그러나 토론은 단순 정보를 제공하는 뉴스가 아니라 직접적으로 유권자들이 후보자의 정치적 철학이나 정견, 정책, 공약 등을 비교하고 살펴볼 충분한 기회를 갖고 후보의 자질과 능력과 태도를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게 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토론은 말싸움"이라는 단순 인식을 드러내기도 한다. 민주주의는 말로 이뤄지는 정치과정임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토론을 함으로써 비판과 대립을 통해 자신의 철학과 관점이 드러나는 것이다. 단지 공허하고 시끄럽고 소용이 없는 감정대립이 아니다. 이런 인식의 소유자는 유권자들이 ‘사각의 링 안의 격투기’를 보는 구경꾼이고, 지지하는 후보에 배팅을 한다는 게이머로 평가하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정치적인 입장이란 정파성을 획득하는 것이라 이미 지지하는 후보자의 언사에 대해 사전평가가 개입되어 확증편향적 선별 노출하는 경향도 있다. 그래서 토론을 시청하는 과정에서도 자신의 신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택적으로 수용하기도 한다. 정파성의 강화든 수정이든 토론은 최후의 올바른 선택을 위한 수단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미디어 토론이 아니더라도 직접적으로 유권자와 만나는 유세도 토론의 전통방법이다. 고대 도시국가 아고라(agora)에서는 민주정치와 학문을 꽃피웠다. 광장이라는 뜻을 가진 아고라에서 아테네 시민들은 토론을 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회의를 하고 재판을 했다. 선거 때 마다 선거유세차량이 후보자를 실고 전국을 돌며 유권자와의 접점을 높이는 것도 아고라의 현대적 버전이 아닌가 생각된다. 후보자는 자신의 정견을 말하고 유권자에게 직접 설득하고 유권자들의 반응을 체감하기도 한다.

민주주의는 토론으로 이뤄진다. 이를 피하는 사람은 민주주의를 실현할 자격이 없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추구하던 논리학은 ‘어떤 주제를 놓고 정보를 모아 서로 토론하고 집단이성을 통해 오류를 걸러내어 올바른 방향을 찾는 일련의 과정이다’. 토론의 과정을 견뎌내는 사람, 즉 논리적으로 훈련이 잘된 사람이 정치를 하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말을 통해 이뤄지는 정치 과정이다. 어떤 주장을 어떤 형식에 담아야 상대를 설득할 수 있는지를 모르는 사람, 그 과정에 성실하지 않은 사람은 민주주의를 수호할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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