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통 유기방 가옥에 핀 노란 수선화
바다를 품은 암자, 간월암에서 바라본 자연
아픈 역사 곳곳에, 해미읍성·해미국제성지
매운 생강의 산뜻한 변신, 서산 생강 디저트

전통가옥인 서산유기방 가옥에서 만난 수선화 군락지.사진=윤지수 기자
전통가옥인 서산유기방 가옥에서 만난 수선화 군락지.사진=윤지수 기자

[충청투데이 윤지수 기자]봄꽃이 꽃망울을 터트리는 지금, 상춘객을 사로잡는 곳이 있다.

그곳은 충남 북서부에 위치한 서산.

서산은 사계절이 뚜렷하고 기온이 온화해 이맘때 보고 즐겨야 할 봄 여행지가 곳곳에 숨겨져 있다.

마냥 아름답기만 한 풍경 외에도 우리가 알아야 할 역사가 함께 숨 쉬고 있다.

수선화로 물든 100년 전통의 유기방가옥은 코로나19로 활력을 잃은 일상에 봄을 선물한다.

서산 여행에서 해미읍성과 해미국제성지는 빼놓을 수 없다.

이곳은 천주교 순교의 아픔을 간직함과 동시에 평화를 상징하고 있다.

해미국제성지 주변에는 순례길이 이어져 있어 아시아의 순례길로 주목받고 있다.

새벽녘의 전통가옥부터 해질녘 간월암 일몰까지 24시간 아름다움을 간직한 서산으로 같이가U팀이 다녀왔다.

 

유기방 가옥의 모습.사진=윤지수 기자
유기방 가옥의 모습.사진=윤지수 기자

◆마음을 물들인 자연 ‘유기방 가옥’과 ‘간월암’

‘서산 유기방 가옥’은 지금 가야 봄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수선화는 설중매라고 불릴 정도로 이른 봄을 품고 있는 꽃이다.

이곳은 100년 된 고택 뒤로 1만 평 넓게 심어 놓은 노란색 수선화가 봄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일제강점기 전통 가옥인 유기방 가옥은 충청남도 민속문화재 23호로 지정됐다.

소나무가 우거진 배경으로 유기방 가옥은 북으로 ‘ㅡ’자형의 안채와 서측의 행랑채, 동측에는 안채와 사잇담과 근래에 지은 주택이 안마당을 이루고 있다.

곳곳에 창살, 토담, 귀틀은 정교한 한옥의 멋을 느낄 수 있다.

한옥 관리를 위해 한두 개 심어놓은 수선화는 수십 년의 시간을 거쳐, 현재는 한옥과 어우러져 아름다움이 배에 달한다.

수선화 군락지 곳곳에 마련된 포토존은 인생샷 명소, 서산 명소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이곳은 서산의 친환경 트레킹 코스인 아라메길 제1구간의 출발점으로 벚꽃으로 유명한 개심사와 해미읍성과도 이어지고 있다.

물이 차면 섬, 물이 빠지면 뭍이 되는 신비한 암자인 간월암.사진=윤지수 기자
물이 차면 섬, 물이 빠지면 뭍이 되는 신비한 암자인 간월암.사진=윤지수 기자

노란빛으로 물든 마음을 뒤로 한 채 푸른 바다와 한 몸이 된 ‘간월암’으로 향해보자.

간월도에 위치한 간월암은 바닷물이 차면 섬이 되고 물이 빠지면 뭍이 되는 신기한 사찰이다.

간월암은 서산 제3경으로 달을 보다라는 뜻처럼 달빛에 내린 밤 풍경이 아름답다.

특히 바닷물이 들어오면 잠긴 모습이 물에 뜬 연꽃과 비슷해 연화대라고 불린다.

바다와 사찰이 만난 아름다운 풍경은 출사 장소로도 인기다.

간월암은 태조 이성계를 도와 한양으로 도읍을 정한 무학대사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한 여인이 근처 숲에서 아기를 낳은 후 어리굴젓 장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학 한 마리를 발견했다.

여인은 학이 아기를 해칠까 봐 뛰어가는 순간 학이 ‘무학’하고 날아갔다.

나중에 이 학이 깃털로 아기를 따뜻하게 품은 사실을 알자 이 여인은 아기 이름을 무학이라 지었다.

그 무학이 지은 절이 간월암이다.

해미읍성의 모습.사진=윤지수 기자
해미읍성의 모습.사진=윤지수 기자

◆가슴에 새겨진 역사 ‘해미읍성’과 ‘해미국제성지’

서산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것은 해미읍성이다.

해미읍성은 조선초기 대표적인 석성으로 충청권 지역의 군사방어를 담당했다.

충무공 이순신이 충청병마절도사의 군관으로 부임해 이곳에서 10개월간 근무하기도 했다.

왜적으로부터 백성을 보호하기 위해 쌓은 서산 해미읍성은 현재까지도 보존이 잘 된 우리나라 3대 읍성 중에 하나다.

천주교 박해의 아픔이 담긴 해미읍성 내 회화나무.사진=윤지수 기자
천주교 박해의 아픔이 담긴 해미읍성 내 회화나무.사진=윤지수 기자

시간이 멈춘 듯한 성벽과 누각이 어우러진 해미읍성은 당시 선조들의 생활은 물론 아픈 역사도 숨 쉬고 있다.

읍성의 남쪽으로 통하는 진남문을 통해 쭉 들어오면 회화나무라고 하는 큰 나무가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일명 호야나무라고 불리는 나무는 병인박해 때 천주교 신자들을 이 나무에 매달아 고문했다는 슬픈 사연이 담겨 있다.

그래서 읍성 곳곳에는 십자가의 길과 순교기념비, 신자들을 처형한 자리갯돌이 있다.

군사방어 역할을 한 해미읍성의 또 다른 이름은 탱자성이다.

적의 접근을 어렵게 하기 위해 성 주변에 가시가 많은 탱자나무를 심었기 때문에 탱자성이라고도 한다.

천주교 아픔이 담긴 해미국제성지. 사진=윤지수 기자
천주교 아픔이 담긴 해미국제성지. 사진=윤지수 기자

해미읍성 인근에 위치한 ‘해미국제성지’는 어떤 순교지보다 참혹했던 핍박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서산은 지리적으로 외부 문화 유입이 유리해 천주교가 들어온 관문이자 천주교에 대한 믿음이 깊이 자리 잡은 곳이다.

해미국제성지는 해미천 주변에서 1866년부터 1872년 사이 1000명 이상의 천주교 신자들이 생매장 당한 곳이다.

대부분 순교자들의 유해는 유실됐지만 일부 발굴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해미읍성과 해미순교성지를 방문하기도 했다.

이후 2020년 해미순교성지는 교황청 승인을 거쳐 국제성지로 선포됐다.

국제성지는 서울대교구 천주교순례길에 이어 국내서 2번째 된 사례다.

이곳 해미국제성지는 타 순례지와 비교해 특별한 점이 눈에 띈다.

그동안 선포된 순례지는 성인, 성모님 발현 등 역사적인 장소의 특성을 가지고 있지만 이곳은 일반인 무명 순교자들의 흔적이 남아있는 독특함을 가지고 있다.

서산생강으로 만든 진저레몬에이드와 진저레몬티. 사진=윤지수 기자
서산생강으로 만든 진저레몬에이드와 진저레몬티. 사진=윤지수 기자

◆입맛을 사로잡은 생강 ‘진저보이 해미’

서산을 대표하는 식재료 중의 하나는 생강이다.

서산 생강은 전국 최대 주산지로 총 생산량의 33%를 차지한다.

특히 서산생강은 굵고 육질이 연한 것이 특징이다.

생강은 감기 예방, 동맥경화 예방 등 다양한 효과가 있는 만큼 가공품으로도 재탄생한다.

달짝지근한 한과에 서산생강을 넣은 생강한과는 이미 외국에서도 정평이 났다.

매운 생강을 달콤하게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

‘진저보이 해미’는 이름에 걸맞게 생각이 들어간 다양한 음료와 디저트를 맛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진저레몬에이드와 진저초코청크쿠키가 있다.

진저레몬에이드는 생강의 매운맛을 없애기 위해 곱게 간 생강을 꿀에 절인 후 레몬청과 일정비율 배합해 탄산수에 섞으면 완성된다.

따뜻한 물과 만나면 감기도 날아갈 진저레몬티가 만들어 진다.

디저트 메뉴인 진저브레드와 진저초코쿠키에도 생강이 들어가는데 달지 않은 생강과 시나몬 향이 더해져 생강의 고정관념을 깰 수 있다.

윤지수 기자 yjs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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