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문 대전 서구청장 권한대행

우리나라 국민의 독서량이 또 감소했다. 올해 초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1년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연간 평균 독서량은 4.5권으로 지난 2019년 조사 때보다 3권이나 줄었다. 일반 도서를 1권 이상 읽은 사람의 비율인 연간 종합 독서율도 47.5%로 8.2%포인트 감소했다. 우리나라 성인 2명 중 1명 이상은 1년 동안 책을 1권도 읽지 않는 셈이다. 초·중·고교생의 독서량과 독서율 역시 각각 6.6권, 0.7% 포인트 감소했다.

책을 읽기 어려운 이유로는 성인의 경우 ‘일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와 ‘책 이외의 매체·콘텐츠 이용 때문’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초·중·고교생은 ‘스마트폰·텔레비전·인터넷 게임 등을 독서의 가장 큰 장애 요인’이라고답했고, ‘교과공부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가 뒤를 이었다. 눈여겨볼 대목은 성인과 학생 모두 ‘책 읽는 습관이 들지 않아서’를 세 번째 이유로 꼽았다는 점이다. 결국 환경과 습관이 우리를 책으로부터 멀어지게 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경제력으로만 보면 명실상부한 선진국이다. 2021년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한국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변경했다. 2018년에는 1인당 국민소득 3만 1349달러를 기록해 ‘30-50클럽’에도 이름을 올렸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 이상이면서 인구 5000만 명이 넘는 국가로, 30-50클럽 가입국은 한국과 미국, 독일, 영국,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등 7개국뿐이다.

하지만 독서실태만 보면 우리가 진정한 선진국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 실제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월평균 독서량이 0.8권이던 시절, 미국은 6.6권, 일본 6.1권, 프랑스 5.9권이었다는 조사도 있다. 선진국은 정부 차원에서의 독서문화 확산 운동도 활발하다. 영국은 지방정부의 적극적인 참여로 아이들에게 책을 나눠주는 북 스타트 운동을, 셰익스피어 탄생일인 4월 23일에는 어린이에게 1파운드짜리 북 토큰을 나눠주는 행사를 펼쳤다.

이런 가운데 대전 서구는 구민들이 더 쉽게 책을 접할 수 있도록 다양하고 특색 있는 독서문화 확산 정책을 펼치고 있다. 우선 지난 달 서구 5개 도서관과 지역서점 16곳이 협약을 맺고 ‘희망도서 동네서점 바로대출 서비스’를 시작했다. 도서관 홈페이지를 통해 희망도서를 신청하면 지역서점에서 책을 대출받고 반납한 책은 도서관에서 소장하는 서비스다. 읽고 싶은 책을 더 빨리 받을 수 있고 지역서점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대전도시철도 용문역에는 스마트 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연중무휴 대출·반납이 가능한 무인 도서관으로 약 500권의 책을 비치해 분기마다 교체할 예정이다. 또한 오는 12~18일 제58회 도서관주간을 맞아 서구 5개 도서관에서는 작가와의 만남, 체험 행사, 북 큐레이션 등이 온라인으로 열린다. 자료실 특별 행사와 연체도서를 반납하면 대출 정지를 풀어주는 이벤트도 진행된다.

마이크로소프트 설립자 빌 게이츠는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마을 도서관"이라고 말했다.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에서는 4월 23일 성 조르디 축일이 되면 책과 꽃을 주고받았고, 그 전통이 ‘세계 책의 날’의 유래가 됐다. 올봄에는 가까운 도서관으로 나들이를 나서고 책과 꽃을 주고받는 여유를 가져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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