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학회 한서대학교 교수

우리 문화유산 최고의 걸작 중 하나로 꼽히는 ‘백제대향로’는 기단부 용의 입에서 연꽃이 피어나는 불교적 세계관과 꼭대기에 봉황이 있는 상부의 도교적 세계관으로 구성돼 있는데, 용은 음, 봉황은 양의 세계를 상징한다.

이는 세상이 음과 양으로 이루어졌다는 동양 전통사상을 형상화한 것이다. 용과 봉황은 대표적 상서동물이다.

용의 기원이 되는 동물은 도롱뇽, 돼지, 악어, 공룡 등이 있고 봉황은 두루미, 꿩, 닭 등 단순한 새의 모양에서 불교와 함께 인도에서 도입된 공작의 모습과 합쳐지면서 화려한 형상으로 변화됐다.

고구려 고분 벽화에는 새의 몸에 호랑이 무늬가, 거북의 몸에 새의 발이 합쳐지는 등 상이한 동물의 특징들이 뒤섞인 표현들이 나타난다. 이렇게 상서동물의 형상은 특정 동물 하나의 모습이라기보다 여러 동물들이 합쳐진 특징을 가진다. 또 시대 상황에 따라 세력이 경쟁 통합하면서 그들의 상징(토템)이 조합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는 문제는 신·구 세력의 대립에 있다고 한다.

잘 알다시피 지금 대통령이 머무는 청와대의 상징은 봉황이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을 뿐 아니라 명칭도 대통령실로 바꾸겠다고 한다.

용안, 용상 등 우리 역사에서 오랜 세월 왕을 상징하는 것은 용이었고 왕좌의 배경도 안으로는 일월오봉도가 그려졌다.

1907~1917년 사이 일제강점기 시작 전·후로는 창덕궁 인정전 왕의 의자 뒷면에 봉황 그림이 배치되기도 했으며 총독 관저는 청와대로 계승됐다.

그러다 1967년 1월 31일 대통령 문장이 지금의 봉황 모양으로 지정됐다.

그때 대통령이 박정희였고 그의 최고 권력자로서의 임기가 1962년 3월 23일 권한대행부터 시작됐다고 보면 올해 3월은 대통령 선거일 기준으로 청와대 봉황의 시대가 시작된 후 딱 60년이 지났다.

동양철학에서 60년은 60갑자로 대표 되듯이 시대 순환의 한 주기다.

박정희부터 문재인까지 봉황을 상징으로 하는 60년의 청와대 중심 정치 시대가 끝나고 윤석열 시대에는 ‘용산(龍山)’이라는 땅 이름에서 보듯 용의 정치 시대로 진입하는 것 같다.

용과 봉황은 대립의 개념으로 그려지기도 하지만 태극 문양처럼 음과 양은 순환 세상의 운행 원리다.

시대 순환의 관점에서 청와대에서 대통령실로의 변화의 와중에 나타나는 갈등은 양의 시대에서 음의 시대로 역변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역사의 진통이 아닐까.

봉황의 시대에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했던 나라에서 크게 성장해 선진국에 진입하는 역사를 이뤘다면 새로운 용의 시대에는 우리 국력이 경제 뿐 아니라 정신 문화에서도 그야말로 용솟음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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