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계통 위축증·루이소체치매 등 증상 다양해 환자 구분 어려워
삼킴 장애 생겼다면 악화된 상태… ‘생존’ 위한 치료 시작해야
환자별 경과 달라 세심한 관리 必… 약물보다 식단이 더 중요

▲ ▲도움말=순천향대학교 부속 천안병원 신경과 박종규 교수
순천향대학교 부속 천안병원 신경과 박종규 교수

[충청투데이 이재범 기자] 파킨슨증후군은 파킨슨병의 전형적인 모습과 다르다고 해서 비정형성 파킨슨병, 비정형성 파킨슨증후군 또는 parkinson plus라고도 불린다. 이는 파킨슨병과 유사하지만 자세 불안정, 보행 실조, 자율신경장애 등 신경계 다른 이상이 추가된 상태를 의미한다. 크게는 퇴행성 뇌질환, 즉 노화와 관련된 질환군에 속하는데 아주 다양한 질환들이 있다. 주로 뇌세포의 노화를 유발하는 원인에 따라 구분하며 각 질환별로 신경계 침범 증상이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알파 시누클레인 단백질이 침착되는 루이소체병, 다계통위축증과 타우단백질이 침착되는 진행성 핵상안 마비, 피질기저핵 변성 등의 질환이 있다.

◆파킨슨병과 구분 어려워

파킨슨은 자체의 증상이 워낙 다양해서 환자들 스스로 파킨슨과 비정형성 파킨슨을 구분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사실 환자들이 파킨슨 관련 불편함을 해결하러 병원을 찾았을 때 파킨슨과 비정형성 파킨슨이 초기 치료방법을 동일하게 적용하기 때문에 큰 차이를 못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의사 입장에서는 비정형성 파킨슨병은 진행이 빠르고, 악화되면 개선시키기 어렵기 때문에 더 나빠지기 전에 미리 감지해서 막으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워낙 드문 질환이고, 돌보는 가족들에게 고통을 많이 주기 때문에 빨리, 최대한 악화를 막아야 한다.

◆증상만큼 질환도 다양

초기부터 증상이 보이는 경우와 치료과정 중 발견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파킨슨 증상을 보이는 환자에게서 자율신경장애나 소뇌 기능장애가 관찰되면 신경계 다른 계통이 침범된 다계통 위축증을 의심하게 된다. 또 파킨슨과 치매가 함께 있다면 루이소체치매를 의심하게 된다. 만약 넘어짐을 주증상으로 한다면 진행성핵상안마비를 의심한다. 그런데 처음에는 전형적인 파킨슨병을 보이던 환자에게서 약효가 떨어지면서 처음에 치료되던 증상이 해결되지 않을 때 또는 신경계 다른 계통의 문제가 동반되는 경우에도 의심하게 된다.

◆증상별 치료, 완치 방법은 없어

비정형성 파킨슨병은 종류가 다양한 만큼 치료 방법도 다양하다. 무엇보다 증상이 다양하기 때문에 각각의 증상에 대한 치료가 이뤄진다. 물론 우리가 기대하는 완치 개념의 치료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질환 및 환자별로 증상과 경과가 다양하기 때문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면서 관리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다계통 위축증은 기립성 저혈압 등 자율신경장애가 특징인데 기존 고혈압 치료를 받던 경우 혈압약을 중단하거나 오히려 혈압을 올리는 치료가 필요하기도 하다. 운동 요법도 중요하다. 허벅지 근력 강화 운동으로 기립성 저혈압을 예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루이소체치매의 경우 파킨슨 증상을 개선하기 위해 도파민 약물 투여로 환각 환시가 유발되는 경우가 많아 제한적 투여를 하게 되는데 오히려 치매약을 쓰면서 증상이 개선되는 경우가 많다.

◆예후 불량, 삼킴 장애가 악화 신호

대체로 예후가 나쁜 게 특징이다. 퇴행성 뇌질환 특성상 완치 가능한 치료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증상이 다양한 만큼 경과도 다양하다. 초기에 악화되고 유지되는 경우도 있고 양호하게 유지되다 급격히 나빠지기도 한다. 가장 빠르게 진행하는 다계통 위축증 타입의 경우 평균 생존기간은 6~10년으로 알려져 있다. 대체로 삼킴 장애가 생기는 시점부터 예후가 나빠지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이즈음부터는 생존을 위해 합병증을 막는 치료를 고려하게 된다.

 

◆영양결핍 없는 올바른 식습관 중요

퇴행성 질환에서는 약물보다 무엇을 먹느냐가 더 중요할 수 있다. 우선 식단을 잘 짜서 영양 불균형을 해소시키는 게 좋다. 특정 영양결핍이 병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또 장내 미생물 조성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식사습관을 잘 만들어야 한다. 단계적으로 병이 진행하면서 삼킴 장애 등으로 식사를 제한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빨리 영양공급 수단을 확보해서 신체 능력이 나빠지지 않게 해야 한다. 비정형성 파킨슨 증후군은 희귀 질환이다. 퇴행성 뇌질환 중에서도 생활이 매우 어렵고 돌보는 가족들도 힘들어지는 나쁜 병이다. 하지만 오랜 단계를 거쳐 병이 발병하고 이후에 빠르게 진행하는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조기발견이 필요하다. 손쓸 수 없을 만큼 나빠져서야 병원을 찾아오는 안타까운 환자들이 많다.

박종규 순천향대학교 부속 천안병원 교수는 "무언가 예전보다 나빠지는 현상이 있다면 꼭 진찰을 받아 치료시기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면서 "새로운 치료법들이 많이 개발되고 있으니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치료할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천안=이재범 기자 news7804@cctoday.co.kr

이미지=아이클릭아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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