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선 충남과학기술진흥원장

대한민국은 2021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1910조 7450억원, 1인당 국민소득 3만 5000달러를 달성함으로서 세계 10대 경제강국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1961년 1인당 실질국민소득이 100달러의 최빈국에서 60년만에 350배의 성장을 달성한 자랑스러운 업적은 세계 유일하다. 그러나 미래 성장동력 산업의 근간이 되는 기초과학연구 능력을 나타내는 노벨과학상은 유감스럽게 세계 10대 경제 대국 중 유일하게 1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우리 과학계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한가지 명백한 것은 그동안 국가의 산업 및 과기 정책 기조가 선진국 제품을 모방하고 생산해 수출목표 달성에 국가의 많은 힘을 쏟은 것도 사실이다. 수출주도형 산업진흥정책은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본다면 노벨과학상 수상같이 최초 앞서가는 선진국형 과학기술혁신 생태계 구축에는 미흡했다.

2021년 7월 21일 국제연합무역개발협의회(UNCTAD)는 한국을 개발도상국 그룹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편입시켰다. 따라서 미래의 대한민국은 산업진흥정책과 더불어 과학기술혁신에서도 선진국형으로 변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할까. 차기정부의 과학기술혁신 정책에서 반드시 도입해야 할 3대 어젠다를 제안한다.

첫째, 모방시대에서 벗어나 세계 최초의 초격차, 고위험, 도전형 연구를 집중 지원하고 육성해야 한다. 미래 전염병 예방 및 치료, 양자 수퍼컴퓨터 및 나노 계측장비 개발, 우주탐사 및 인공위성 개발, 핵융합 에너지 상용화, 탄소 중립사회 구현 기술, 인공장기 및 바이오 4D프린터 개발, 자연생체모방 청색기술, 해양 및 기후환경 보호 과학기술, 초음속 비행체 및 로켓트 원천기술, 6G 및 7G 차세대 통신기술, 빅데이터 AI 및 메타버스 초고속 알고리듬 개발 등 매우 많다. 특히 이에 공통적으로 필요한 원천기초 및 융합 미래과학 기술의 인프라 구축 및 인력 양성은 필수요소이다. 연구자의 실패를 경험으로 인정하고 중복 연구를 허용하며 글로벌 첨단기업의 연구비 세제 혜택을 강화해야 한다. 그동안 정부연구과제 성공률 90% 이상의 의미는 저위험, 안전형 연구를 주로 수행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둘째, 2003년 제정된 국가균형발전특별법과 지방분권특별법의 큰 틀 속에서 지방과학기술혁신체계를 정착시켜야 한다. 국가예산의 4.9%에 해당되는 연간 29조 7000억 원 규모의 정부R&D는 절대적으로 보면 미국의 NIH(국가보건연구소) 예산보다 적지만 국가 경제규모대비 투자에서 보면 이스라엘과 세계 1,2를 다툰다. 예산집행의 집중화, 효율화에 따라 연구성과 또한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중앙정부 38개 부처청의 칸막이와 하향식 R&D 지원체계는 대폭 바뀌어야 한다. 기존의 과학기술기본법 내에서의 지방과학기술혁신의 강조만으론 부족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부총리제의 실질적인 도입과 함께 지역혁신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할 (가칭)지역과학기술혁신법 제정이 시급하다. 주요내용으로 지자체 과학기술혁신 전담기관의 필요성 및 역할 명시, 중앙부처간 칸막이 행정에 다른 R&D 중복방지, 지역경제 극복 및 체질개선을 위한 예산증가, 지역예산의 포괄적 지원, 그리고 R&D성과의 지역환류 평가체제의 명문화 등이 포함돼야 한다.

셋째, 사람이 자원인 대한민국에서 국가의 존폐 문제까지 발전될 수 있는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 2021년 기준 출산율 0.81명은 OECD국가 중 최하위이고 고령화 속도는 일본의 2배 수준이며 지금부터 13년 후인 2035년엔 10명 중 3명이 노인이 된다. 미래를 짊어질 일당백의 청년 과학기술자를 양성하고 청년과학기술자들이 연구에 뛰어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당장의 취업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이 해소돼야 한다. 청년연구자에 대한 미래과학 ‘국가이니셔티브’ 신설과 함께 청년 과학인에 대한 사회적 우대 등이 동반돼야 한다. 유아기, 소년 시절부터 과학기술에 대한 흥미유발 교육을 강화하고 과학실험 키트를 전국에 보급해 이를 전담할 수 있는 선생님을 집중 양성한다. 은퇴과학기술자를 청소년 교육에 활용하는 것은 일거양득 방안이다. 특히 고령화로 인한 약화된 신체와 정신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인간 바이오능력 증강 휴모노이드 로봇과학 및 기술의 육성은 경험 많은 고령화인구의 사회참여 기회도 확대할 수 있어 이와 유사한 과제의 발굴이 더욱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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