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종 행정안전부 지방세정책관

이제 5월이면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세금과 관련한 정책들도 커다란 변화를 맞이하는 경우가 많았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종부세 도입 등을 이유로 ‘세금폭탄’이라는 말이 널리 퍼졌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소득세, 법인세, 종부세 인하 등을 이유로 ‘부자 감세’라는 반론이 제기되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연말정산 개편 시도 등을 이유로 ‘서민 증세’라는 프레임이 설정되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부동산과 관련된 세제를 강화하면서 ‘세금폭탄’이라는 말이 다시 돌아왔다.

이처럼 각 정부가 추진한 조세정책을 단 네 글자로 규정하는 것은 과도한 단순화의 오류라고 생각된다. 세금에 대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정답은 이제까지 존재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존재하지 않을 것 같다. 어느 순간 정답으로 보이던 것이 다음 순간에는 정답이 아닐는지 모른다. 미국 또는 영국에서 정답이던 것이 우리나라에서는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더 많은 사람의 합의를 통해 특정 시점에 가장 정답에 가까운 대안을 찾는 것이다. 이러한 작업을 위한 첫 번째 단계는 마음을 활짝 열고 무엇이 바람직한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다. 즉 세금에 있어서 정의란 무엇인지, 바람직한 세금의 원칙은 무엇인지 오랜 시간 인류가 쌓아온 지혜를 다시 숙고해 보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세금에 있어서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3대 정의론, 즉 공리주의, 자유주의, 공동체주의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 먼저, 공리주의. 공리주의는 행복의 극대화가 핵심 가치다. 따라서 개인의 재산권 보다 다수의 행복이 우선이며, 행복의 극대화를 위해 세금을 통한 소득재분배도 필요하다는 태도를 보인다. 둘째, 자유주의. 자유주의는 개인의 권리 존중이 핵심 가치다. 따라서,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세금은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소요되는 재원의 조달 기능 외에 소득재분배를 위한 조세정책에 반대한다. 마지막으로 공동체주의. 공동체주의는 공동체적 가치 추구를 핵심 가치로 한다. 불평등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세금의 소득재분배 기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룰 위해서는 공동체 구성원들의 합의가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철학적 기반에 근거하여 두 가지 바람직한 세금의 원칙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영국의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는 1776년에 간행된 ‘국부론’에서 네 가지 기준을 제시하였다. 먼저 공평성. 지불능력에 비례하여 부과하여야 한다. 둘째, 확실성. 납세 정보는 사전에 고지되어야 한다. 셋째, 편리성. 납세자 편의가 우선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경제성. 세금 징수 비용은 최소화되어야 한다. 한편, 세계적으로 유명한 연구기관인 ‘영국 재정연구소’는 2015년 출판된 ‘조세 설계’라는 저서를 통해 3대 지침에 따른 4대 목표를 제시하였다. 3대 지침은 먼저, 중립성. 경제주체의 행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여야 한다. 둘째, 단순성. 단순한 조세가 더 투명하고 행정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셋째, 안정성. 예측 가능성을 부여하여야 한다. 이러한 지침에 따라 달성하여야 할 4대 목표는 먼저, 효율성. 사회적 후생을 극대화하여야 한다. 둘째, 누진성.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소득재분배 상태를 달성하여야 한다. 셋째, 공평성. 동일한 경제활동은 동등하게 과세하여야 한다. 넷째, 투명성. 정책 결정의 근거는 공개되어야 한다. 공평, 편리, 투명, 효율, 예측 가능성. 바람직한 세금 정책은 누구나 다 아는, 너무나 상식적인 가치에서 출발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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