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수 ETRI 기업성장지원부장

문득 ‘두더지 잡기 게임’이 생각난다. 학창 시절에 친구들과 문방구나 전자오락실 앞에서 즐기던 게임이다. 하지만 모바일 게임이 더 친숙한 젊은 세대들에게는 관심 밖의 게임일지도 모르겠다. 게임 방식은 대략 이렇다. 게임기 상단에 있는 여러 개의 구멍에서 두더지가 고개를 내미는 순간, 잽싸게 나무망치로 때려서 구멍에 도로 밀어 넣으면 된다. 이 게임의 묘미는 두더지를 나무망치로 맞추기만 해서는 쉽게 들어가지 않는다는 데 있다. 세게 때리지 않으면 조금 들어가는 듯하다가 금세 다시 튀어나온다. 다시 두더지가 튀어 오르면 게임을 하다 약이 올라서 한 놈을 정신없이 세게 때리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굳이 득점을 많이 하지 않더라도 모두가 스트레스를 풀고 재밌어했던 기억이 난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도 두더지 잡기 게임과 많이 닮았다. 하나의 사회적 이슈가 두더지처럼 머리를 내밀었다가 어느 정도 정리되고 나면, 또 새로운 이슈가 두더지처럼 다시 등장한다. 어떤 때에는 여러 이슈가 동시에 등장해서 국민의 속을 썩이기도 한다. 이때마다 해당 분야에서 최고 전문가라고 하는 분들이 나서서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하지만, 전문가마다 제각각이거나 어떤 때는 상반되기까지 하다 보니 논란만 커지고 시간이 지체되는 일이 허다하다. 그렇다고 해서 전문가들의 자질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전문가마다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 보니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두더지 잡기 게임을 하던 때에는 기분이 즐거웠는데 우리 사회에서는 조금 다른 감정에 휩싸인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를 들여다보면 예전보다 분야별 전문가와 관련 정보들이 가늠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많이 늘어났다. 그런데도 사회 이슈 해결은 어떻게 된 영문인지 점점 어려워지는 듯하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필자는 이슈를 해결해 나가는 방식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즉 사회가 점점 복잡해지면서 사회적 이슈가 특정 분야의 전문가 집단으로 해결하기 어려워지고 있는데도 우리는 여전히 특정 분야의 전문가에 의존하는 형태로 답을 찾으려 한다는 점이다.

단적으로 우리가 코로나 19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도 위기의 직접적인 원인, 결과, 처방은 의료분야에 있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극복하는 과정에서 요구되는 이슈는 의료분야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어 풀어야 한다. 그런데도 TV 뉴스나 토론 자리에 전문가로 등장하는 인물은 대부분 의료분야의 전문가이다. 그러다 보니 의료분야로 해결되지 않는 수많은 이슈가 문제해결의 발목을 잡고 만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가 발표하는 ‘수리모델링으로 분석한 코로나 19 유행예측’은 시사하는 바 크다. K-방역으로 모범국으로 분류되던 시기, 우리나라에도 1일 확진자 수십만 명이 나올 수 있다는 예측을 했을 때 모두 의심했다.

부동산 이슈도 마찬가지다. 자칫 부동산 분야 전문가만을 동원하여 문제를 해결하려다 보면 또 다른 분야에서 사회적 문제가 불거져 나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해결책은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 ‘집단지성’이 발휘될 수 있도록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함으로써 풀 수 있다. 문제의 근본적인 해법과 다양한 파생 효과들에 대해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 나가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러한 방식은 1차원 수학 방정식을 푸는 것에서 고차원 방정식의 해를 구해가는 방식으로의 전환이라고도 설명할 수 있겠다. 수학전문가의 코로나19에 대한 경고가 보다 일찍 방역정책의 수립의 참고가 되어야 하고 부동산 문제도 건설·안전전문가, 경영 컨설턴트, 과학자와 함께 풀어간다면 실마리를 찾을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국민이 더 행복할 수 있는 해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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