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희 국민연금공단 대전세종지역본부 심사평가부장

베이징 패럴림픽이 지난 13일 막을 내렸다. 우리나라 선수들의 노메달 소식보다 더 안타까웠던 것은 패럴림픽에 대한 낮은 관심이었다. 서울로 가는 KTX 모니터를 통해 컬링 경기 장면을 봤을 때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느낌이었다. 필자는 패럴림픽을 잊고 있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때문이라 변명할 수 있었지만 오랜 시간 준비한 선수들을 너무 외롭게 만들었단 생각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2020년 말 기준 우리나라 등록 장애인은 약 260만명이며, 선천적·후천적인 이유로 장애를 갖고 있다. 장애인 인권 헌장에 나와 있듯 장애인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국가와 사회는 장애인의 인권을 보호하고 완전한 사회참여와 평등을 이루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여건과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국민연금공단은 정부 위탁 업무로 2007년 4월부터 중증 장애 수당 지급 대상 장애 심사를 시작해 현재는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지체 장애 등 15개의 장애에 대해 심한 장애와 심하지 않은 장애로 분류, 심사하고 있다. 그동안 공단은 장애 사각지대와 불편 해소를 위해 보건복지부와 긴밀한 협력 체계를 구축하며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고, 그 결과 지난해는 그간 장애로 인정받지 못했던 투렛증후군, 복합통증증후군(CRPS), 백반증 등 10개 질환에 대한 장애 인정 범위를 확대하는 등 장애 사각지대를 축소했다. 또 ‘장애인 인권 119 긴급 지원사업’ 확대로 사회적 소외·학대 피해 미등록 장애인을 발굴해 빠른 심사를 진행함으로써 장애인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했고, 이에 따른 비용은 공단 직원의 자발적 모금을 통해 마련된 사회공헌기금을 활용함으로써 사회적 가치 실현에도 앞장서 오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신장 장애 판정 기준 개정과 ‘온(溫)택트 직접 진단’ 확대를 통해 장애인의 권익 향상을 위해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투석으로 인한 신장 장애는 매 2년마다 장애 판정을 계속 받아야 했으나, 장애인들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타 법령 및 다른 장애 유형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재판정 주기를 매 4년으로 완화했고, 3회 재판정에도 장애 상태의 변동이 없는 경우 영구 장애로 인정하도록 개선했다. 또 건강보험공단의 혈액 투석 정보를 공단 전산으로 연계해 장애인이 직접 서류를 발급해야 하는 수고를 덜어줄 수 있도록 개선했다.

‘온(溫)택트 직접진단’은 자문의사가 영상통화시스템을 이용해 장애 심사 대상자를 직접 진단하는 서비스다. 지난해 하반기 뇌병변 일부 질환을 대상으로 먼저 비대면 직접 진단을 실시해 거동 불편과 감염병 전염 우려 등으로 병원 방문을 꺼리는 장애인을 심사받도록 하며 편의성과 정확도를 향상시켰다. 그 결과 심사 대상자로부터 높은 호응도와 만족도를 이끌어냈고 올해 하반기부터는 뇌 병변 전체와 지체 장애 심사로 확대할 예정이다. 국민연금공단 대전세종지역본부 심사평가부는 매년 3만여 건의 심사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대전·세종·충청권 장애인의 인간 존엄과 가치를 지키는 데 앞장서고 있다. 제출된 진료 기록지와 각종 검사 자료를 검토하다 보면 그분들의 아픔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UN에서 선진국으로 인정한 우리나라도 장애인 등 다양한 사회적 약자가 차별받지 않고 행복하고 살기 좋을 때 진정한 선진국이라 생각한다. 장애인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지키고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우리 직원 모두는 신속 정확한 심사를 통해 장애인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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