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남대 전경. 충북도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청남대 전경. 충북도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충청투데이 홍순철 선임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청와대 개방과 집무실 이전 문제가 연일 뜨겁다. 결론은 났다. 당초 광화문시대를 열겠다고 공약했었지만 보안과 경호문제 등으로 결국 용산 국방부 청사로 확정된 것이다. 다만 정부가 이전 예비비를 승인하지 않는 등 신구 권력간 갈등이 첨예해 취임과 동시에 용산에서 근무하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이 지켜질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청와대 개방이 국민적인 관심사가 된 상황에서 대통령과 관련한 시설로 새삼 주목받는 곳이 있다. 바로 청주(문의면)에 있는 옛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 다.

대청호반에 자리 잡고 있는 청남대는 ‘따뜻한 남쪽의 청와대’라는 의미로 1983년부터 2003년까지 20년간 대통령의 공식 별장으로 이용되던 곳이다. 역대 대통령이 휴가를 즐기던 공간, 임시정부 행정수반들의 동상이 세워진 광장, 대청호를 끼고 도는 가로수길 등이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청남대 역시 노무현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2003년 소유권을 충북도로 넘기며 개방됐다.

청남대는 관광객도 꾸준히 늘고 있지만 영화, 드라마, 광고 등 각종 영상콘텐츠 촬영지로 주목받는 장소가 됐다. 지금까지 이곳을 배경으로 제작된 영상콘텐츠는 70여편에 이른다.

최근 1차 촬영을 마친 영화 ‘서울의 봄’은 1970년대 말 한국 현대사를 뒤흔든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청남대가 전두환 전 대통령 집권기인 1983년 대통령 전용 별장 용도로 지어진 만큼 그 시절을 반추하는 작품의 배경으로 최적지라 할 수 있다.

청남대 진입로 4㎞ 구간에 조성된 가로수길을 배경으로 자동차 관련 광고도 제작됐다. 대청호를 옆에 끼고 도는 이 길은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뽑혔을 만큼 멋들어진 풍광을 자랑한다. 청남대를 배경으로 한 영상콘텐츠 촬영은 앞으로도 드라마 2편, 광고 2편, 방송 1편이 예정돼 있다.

청남대에선 봄꽃축제도 진행된다. 4월 ‘영춘제’ 기간에는 야생화·분경, 수목분재, 목·석부작 작품, 바위솔, 솟대·현대서각, 야생화 작품, 지역작가 미술작품 등이 기획 전시된다.

청남대가 영상 촬영지로, 봄꽃축제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어가고 있지만 갑자기 이루어지는 청와대 개방에 따라 청남대로선 복병을 만난 상황이 됐다. 청와대 개방과 이전이 확정되면서 청남대를 운영하는 충북도도 바빠졌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청와대 개방에 대비한 청남대 위상강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발빠르게 주문한 상태다. 청와대가 일반에 개방되면 옛 대통령별장인 청남대의 인기가 당연히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 지사는 "청와대와 청남대의 관계를 잘 정립해야 청남대 관광을 활성화할 수 있다"며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자칫 손해를 볼 수 있다"고 경계하고 있다.

청와대는 그동안 ‘성역’이었다.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주는 일은 그래서 더더욱 역사적인 사건이다. 청와대 개방을 적극 환영한다. 다만 졸속 추진 우려가 크다는 점은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청와대 개방으로 청남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떨어지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청남대가 청와대와 함께 국민들로부터 관심을 받을수 있는 방안마련이 절실하다.

홍순철 선임기자 david012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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