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덕성 우송대학교 총장

우리는 변화하는 디지털기반의 환경에서 유연함을 발휘하고 관련 지식을 융합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 시대, 즉 천변만화(千變萬化)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ADHD장애를 가진 자퇴생에서 미국 하버드대의 교수로 성장한 토드 로즈는 자신의 저서 ‘평균의 종말’에서 "나는 내 들쭉날쭉한 측면과 상황맥락별 기질을 이해한 덕분에 나에게 가장 잘 맞는 독자적 경로를 정할 수 있었다"고 고백하며 ‘학습자 주도 맞춤형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리의 공교육은 오랜 시간동안 연령별 평균적 발달이라는 기준에 따라 학습 과목과 수준을 정해놓고 기성복처럼 모든 학생의 재능을 재단해왔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시대의 사회에서는 기성복이 아닌 개인 맞춤형 교육의 필요성이 강조되기 때문에 ‘지식축적’ 중심에서 ‘학습자 중심의 자기주도형’ 교육으로의 전환이 절실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고교학점제는 그 동안 학교를 지배해왔던 동질화, 평균화의 가치보다는 학생 개개인의 재능과 특성에 맞추어 학업성취도를 높일 수 있는 유연하고 효율적인 제도이다. 자신의 진로에 따라 원하는 수업을 듣고, 목표한 성취 수준에 도달하게 하며 개개인의 진로, 적성, 특기를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줄 수 있는 시스템이다. 학생들이 진로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선택·이수하고, 누적학점이 기준에 도달할 경우 졸업을 인정받는 제도로서 대학에서 운영되는 학점제가 고등학교에 적용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2020년 마이스터고에 우선 도입된 뒤 2022년에는 특성화고·일반고 등에 부분 도입하고, 2025년부터 전체 고교에서 시행된다.

그러나 고교학습제를 시행하기위해서는 학생 개개인마다 다른 적성과 희망 진로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과목의 개설, 교육 공간, 세분화되고 전문화된 지식을 가르칠 교원, 디지털기반의 교육인프라 구축 등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는 과제들이 산적해있다. 이는 학점제에 대한 경험과 전공 분야별 지적 자원을 갖춘 대학이 고교학점제 정착에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미 각 대학들마다 특성을 살려 일정수준 고교학점제의 안착에 기여하고 있다. 교육청과 고교, 대학, 지역사회가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대학연계 공동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대전광역시교육청과 우송대의 공동세미나에서 발표된 바와 같이 지역대학들은 이미 고교-대학연계 수업을 위한 고교생 진로 맞춤형 강좌를 개설, 고교학점제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학점제형 고교-대학 연계 원클래스(ONE-CLASS)는 고등학생의 자발적 진로선택과 과목선택이 가능하도록 교육청과 고교·대학·대전광역시가 연계하여 인프라를 구축하고 통합적인 교육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우송대는 이미 인공지능, 빅데이터 분석, 게임제작, 로고제작, SNS브랜딩, K-뷰티 헤어스타일링, 제과제빵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특성화된 13개의 강좌를 개설했다. 흥미로운 점은 인공지능, 빅데이터에 대한 교수들의 직접적인 지도를 통해 고교생들이 4차 산업혁명시대의 신기술을 이해하게 되었고 서비스분야에서도 성취동기의 기회를 갖게 되었다는 학생들의 사례발표였다. 제과제빵 과목을 들었던 학생은 1차원적으로 생각했던 요리에 대해 원 클래스를 수강하고 나서 세계 각국의 다양한 요리를 체험하고 요리세계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확장되었다고 하고 아동미술 수업을 들었던 학생은 성취동기를 가진 실습을 통해 흥미와 재미를 느껴 버스로 왕복 2시간 오가는 거리였지만 단 하루도 빠지지 않았으며 자신의 진로선택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지도를 맡은 교수들도 교육의 일선현장에서 보람을 느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고교학점제가 안착되면 학생의 개성과 다양성의 가치가 인정되고 학교의 장벽을 넘어 어디서나 접근가능한 대학·고교간의 공유형 교육체계가 정착될 것이다. 참여형 학습과 과정중심의 평가방식으로 전환됨에 따라 학생은 자신이 주도하는 수업 능력, 진로 개척에서 적극성을 키우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고교학점제가 지역대학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장차 대학에 들어와 미래사회의 인재로 성장할 고등학생들에게 선제적인 맞춤교육으로서 큰 성과를 거두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앞서 소개한 토드 로즈 교수와 같은 훌륭한 인재들이 우리지역에서 많이 배출되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