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윤규 금산소방서장

낮에 가벼운 옷차림을 한 사람들이 거리에 돌아다니는 것을 보니 완연한 봄이 다가옴을 느낀다.

24절기의 네 번째 절기이며 논밭을 갈고 들나물을 캐먹는다는 춘분(春分)이 찾아왔다. 최근 계절적 변화와 부주의로 인해 전국에 동시다발적으로 산불이 발생했다.

지난 3월 4일 오전 11시 17분 울진에서 시작된 산불이 10일만에 진압이 완료되어 역대 최장기 산불로 기록되었고 서울 면적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20,923ha의 면적이 소실되었다.

이제는 주택, 농·축산시설,공장·창고 등 피해를 입은 600여 곳의 건물 복구와 주거공간을 하루 아침에 잃은 이재민들의 산불 후유증을 해결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큰 피해에도 불구하고 한울 원자력발전소, 삼척 LNG가스기지 등 국가시설과 우리 전통 소나무의 원형이 가장 완전하게 보전되어 있는 금강송 군락지에 집중적으로 방어선을 구축하여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점은 고무적이다.

또한 주민들이 신속하게 대피한 덕분에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고 마무리된 점이 매우 다행스럽다.

이번 산불을 봄철 영서지방에서 영동지방으로 부는 국지풍인 고온건조하고 풍속이 빠른 양간지풍의 영향으로 급격하게 불이 확산되면서 화재진압에 큰 어려움이 있었다.

또한 인력이 접근하기 어려운 해발고도가 높은 곳과 절벽· 급경사지를 헬기 진압에 의존하였지만 짙은 연무로 인해 헬기 진화에도 많은 애로점이 있었다.

이처럼 대형산불은 지형과 날씨에 영향을 받아 인력으로만 대응하기에는 진압활동에 제약이 많고 엄청난 특수장비·인력·시간이 소요되어 대응에 어려움이 따른다.

대형 산불은 강원 산간지역의 문제뿐만 아니라 항상 우리 주변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충남 최근 5년 산불발생 건수는 554건으로 그 중 절반 이상이 3~4월에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또한 쓰레기 및 논·밭두렁 소각, 담뱃불로 인한 화재가 72%에 육박하고 있으며 부주의로 인한 화재가 대부분이다.

특히 논·밭두렁 태우기는 잘못된 상식으로 병해충 방재에 도움이 되지 않고 이로운 벌레가 더 많이 죽어 농사에 불리하다.

비닐과 영농 쓰레기는 태우지 말고 지정된 장소에 버리며 담배 불씨를 확실하게 끄는 등 불필요한 불피움은 자제해야 한다.

이와 같은 행위들로 인해 정말 긴급한 화재에 출동해야 할 소방력이 낭비될 수 있어 지역주민들의 주의와 관심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국토의 60% 이상이 산림지역이다.

이는 국토면적 대비 세계에서 4번째로 높은 산림비율이다. 세계적인 산림국가인 우리나라에서는 언제 어디서든 산불이 발생할 수 있다.

국민 모두가 산림을 소중히 보존하고 후손에게 물려줄 의무가 있다.

산불은 예방이 최고의 화재진압이다.

이번 울진산불을 계기로 산불화재의 위험성과 경각심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 기회로 삼아 산불없는 안전한 봄을 보낼 수 있는 대한민국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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