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훈 충남연구원장

선거는 끝이 났다.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던 분들은 슬픔과 고통을 토로하는 반면 윤석열 당선인을 지지했던 분들은 이제 세상을 바꿔야 한다고 한다. 반반으로 극명하게 갈린 표심은 어느 한쪽의 편에 서서는 결코 대한민국을 바꿀 수 없음을 웅변하고 있다. 진영만의 대통령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취임 초기에는 선거 득표율보다 지지율이 급상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뭔가 달라질 것 같은 기대감 때문이다. 이를 신혼여행 효과(honeymoon effect)라 한다. 선거 승리의 성취감과 이어지는 높은 지지율은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을 준다. 대다수 정권이 오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밀월은 달콤하지만, 그 효과가 오래가지는 않는다. 이럴 때는 5년 뒤 실망감에 연유한 냉랭한 시선이 기다리고 있음을 미처 깨닫지 못한다. 지지율은 반드시 하락한다. 필연적 하락의 법칙(the law of inevitable decline)이라 한다.

박수와 환호는 잠깐이고 곧 현실의 장벽에 부딪힌다. 권력에 취하면 취할수록 방향성을 잃을 가능성도 커진다. 이러한 점에서 윤석열 당선인은 선거에서 압도적으로 이기지 않은 점을 감사해야 한다. 0.73%p 차의 신승, 50%가 넘는 사람들의 반대, 그리고 172석에 달하는 거대 야당의 존재로 볼 때 윤석열 당선인은 역설적으로 성공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모두가 이제는 통합과 갈등 치유가 과제라고 한다. 언제 이를 강조하지 않은 정권이 있었던가. 구호보다는 실천이 중요하다. 윤석열 당선인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한 몇 가지 전제 조건을 제안한다.

첫째, 문재인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을 수 있도록 예우해야 한다. 새 정부는 전임 정권을 심판해 보고자 하는 유혹에 빠지기 쉬운데, 지금의 갈채가 비수로 변해 자신을 향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승리에 취하기 때문이다. ‘국민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법과 원칙’ 앞에서는 전직 대통령도 예외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받아들이는 사람에게는 정치 보복으로 읽히기도 한다. 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수사, 그리고 10년 뒤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 이제 누군가 이 고통의 사슬을 끊어내야 한다. 윤석열 당선인은 더는 검찰총장이어서는 안된다. 통합의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 우리나라도 국민으로부터 존경받는 전직 대통령의 전통을 세워나갔으면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야, 같은 이치로 5년 뒤 당선인도 성공한 대통령으로 존중받을 수 있다.

둘째, ‘비서의 두꺼운 벽’을 뚫고 나오기를 바란다. 역대 대통령에 어김없이 닥치는 불행의 망령은 청와대 터가 좋지 않다는 속설을 만들어냈다. 윤석열 당선인도 집무실 이전의 강한 의지가 있는 듯하다. 만약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이나 용산으로 옮길 수만 있다면 일반 국민의 정서를 체감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장소가 아니라 대통령의 심기를 헤아리는 비서들에 둘러싸인 환경을 벗어나는 것이다. 비서관들로부터 보고를 받고 의사결정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비서실이 부처를 통제하는 시스템은 깨고 나오기를 바란다. 다양한 의견수렴의 창구를 만드는 것은 물론 ‘반대 여론’ 비서관직을 신설해 비판적 여론을 항상 살피게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셋째, 보수에 치우치지 않고 진보도 배척하지 않는 윤석열의 길을 만들어 가라. 미래를 향한 새로운 보수의 길을 제시하고 진보와 대화해야 한다. 진보를 타도의 대상으로 보고 대화조차 거부하는 ‘과거 회귀형’ 보수는 멀리해야 한다. 중도층은 물론 보수, 진보를 아우르는 70%의 국민을 바라보고 정책을 펼쳤으면 한다. 그런 점에서 전 정부의 정책을 무조건 뒤집는 것은 능사가 아니다. 여성가족부도 폐지보다는 기능재편 등이 바람직할 것이다. 모든 것을 쉽게 결정하지 않기를 바란다. 협치가 답이다.

넷째, 대통령 1인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할수록 성공의 가능성은 커진다. 만기친람의 유혹에서 벗어나 대통령의 권한을 총리와 각 부처 장관에게 대폭 위임하기 바란다. 지시는 청와대가 하고 책임은 부처가 지는 그런 구도를 경계해야 한다. 지방 자치 시행 30주년이 지났다. 지방분권을 진정으로 실행한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 재정 분권을 실현하고 수도권에 맞서는 메가시티 형성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서 중앙의 권한을 대폭 지방으로 이양한다면 역사에 큰 업적으로 남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성공은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어떻게 나누느냐에 달려있다.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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