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석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장

우리는 이상기후가 일상인 시대에 살고 있다. 지난해 미국 텍사스에는 이례적인 한파가 몰아쳤고 중국, 유럽은 홍수로 몸살을 앓았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2년 전에는 집중 호우로 막대한 침수 피해가 발생했으며 지난 겨울은 기상 관측 이래 최악의 가뭄을 경험했다. 기후변화의 주된 원인은 지구 온난화에 있다. 산업화 등으로 온실가스 배출이 늘어나면서 지구가 급속도로 뜨거워지는 것이다.

국제사회도 온난화의 심각성을 인지해 어렵게 뜻을 모았다.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로 억제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한 것이다. 평균 온도 상승 폭을 1.5℃로 제한할 경우 자연 재해, 생물 다양성, 경제 성장 등에 대한 위험이 그 이상일 경우보다 훨씬 줄어들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에서는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0년 대비 45% 이상 감축하고 2050년경에는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는 경로를 제시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경제의 90%에 해당하는 국가가 탄소중립을 선언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8월 IPCC 보고서에 따르면 2011~20년 지구 지표면 온도는 산업화 이전 대비 1.09℃ 상승해 목표치 도달까지 불과 0.4℃만 남겨두고 있다.

탄소중립이 현실로 다가옴에 따라 제조업 중심의 국내 산업계에는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충남은 탄소를 다량 배출하는 철강·석유화학 등 원자재 가공업종과 간접적으로 탄소배출을 유발하는 고전력소비 산업인 반도체·디스플레이의 비중이 높아 영향력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탄소 배출량이 현재 수준으로 높게 유지될 경우 탄소배출권 추가 매입에 상당한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더욱이 EU, 미국 등에서 수입품 생산 과정 중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에 따라 탄소국경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실제로 도입될 경우 수출업체의 부담 가중은 불가피하다.

국제사회와 함께하면서 국내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정부·지자체는 물론 기업들도 힘을 모아야 한다. 정부는 중장기 로드맵 하에서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지원을 강화해 나가는 한편 지자체는 정부와 협력하여 지역 내에서 탄소중립 생태계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기업은 탄소배출 감축을 위해 화석연료를 친환경 연료로 대체하고 에너지관리 시스템 개선 등을 통해 전력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친환경 기술 및 시설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 확대를 통해 신사업의 기회를 포착하는 것도 중요하다.

친환경 경제로의 구조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다만 우리나라는 화석연료에 대한 비중이 높아 탄소중립의 실현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당장 비용이 든다고 대응시기를 놓치면 변화의 흐름 속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차제에 능동적인 자세로 변화를 주도해 나가는 편이 낫다. 다가올 탄소중립의 시대에서 우리 지역이 중추적인 역할을 하길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