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 충남교육청 장학사

가히 영상 미디어의 시대다. 문자를 주축으로 하던 대중문화는 이제 완벽히 영상을 중심으로 재편됐다. 심지어 문자나 이미지, 음악도 영상화를 통해야만 대중적인 흥행을 이어나갈 수 있다. 소설 ‘반지의 제왕’이나 방탄소년단의 K-POP이 보여 준 전세계적인 성공이 오롯이 문학과 음악의 힘이라 부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것은 많은 부분 영상화 지분이 있다. 마찬가지로 근래 우리 영상 문화의 저력을 보여준 영화 ‘기생충’이나 OTT 드라마 ‘오징어 게임’도 이러한 영상의 힘을 제대로 보여준 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영상 문화 속에서도 영화는 특히 각별하다. 한 때 TV의 보편화로 위기를 맞았고, 최근 코로나19와 OTT 서비스로 주춤하고 있기는 하지만, 영상 문화에서 영화가 차지하고 있는 위치는 독보적이다. 영화가 발명된 직후 수많은 걸작들이 각각의 이유로 비평적 찬사와 대중적인 사랑을 받아 왔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각자 좋은 영화의 리스트를 만드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닌 것이다. 영화 감상이나 비평이 엘리트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즐길 수 보편적 문화로 자리매김한 까닭이다.

이러한 영화적 체험들로 인해 이제 관객은 더 이상 수동적인 소비자로만 남지 않는다. 특히 요즘 학생들에게 영화는 친밀성을 넘어 내면화된 문화다. 영화 만들기조차 ‘감히 할 수 없는 저것’이 아니라 ‘충분히 할 수 있는 이것’이다. 그러한 까닭에 충남교육청은 그 동안 꾸준히 학교의 영화창작동아리를 지원하고 학생단편영화제를 개최해 왔다. 지난해에는 41개 학교의 영화창작동아리가 37편의 작품을 영화제에 출품했다. 유쾌하면서도 진중하고, 동시에 흥미진진했던 이 영화제는 이제 올해로 네 해째에 이른다.

주제면에서 환경부터 진로의 문제까지, 장르면에서는 SF부터 추리물까지 다채로웠던 이 영화제는 올해는 더욱 그 내실을 다짐과 동시에 외연 또한 넓힐 예정이다. 무한상상캠프를 통해 교사와 학생의 영화 제작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튼튼한 내실에 기여한다면, 충청권의 연합영화제를 기획하는 것은 외연을 넓히는 일이 될 것이다. 충남학생단편영화제가 학생들의 영화적 상상력을 풍성히 펼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물론 학생들이 제작한 단편영화에는 친숙한 스타나 볼 만한 스펙타클은 없다. 서사나 편집, 또는 연기가 뛰어나다고 말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한 마디로 대중적인 구경거리는 아닌 셈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들은 그 자체로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특히 이 영화적 체험에 함께 한 이들은 이 경험을 쉽게 잊지 못할 것이다. 완성을 선언하지 않는 우리 학생들의 도전과 성취가 놀랍다.

이란의 영화감독인 아스가 파하디는 영화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관객에게 답을 주는 영화는 극장에서 끝날 것이다. 하지만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 영화는 상영이 끝났을 때 비로소 시작한다." 그렇다. 좋은 영화는 관객에게 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던진다. 올해에도 우리 학생들의 질문에 많은 이들이 응답해 주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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