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우 배재대 아트앤웹툰학부 교수

▲ 이영우 배재대 아트앤웹툰학부 교수
▲ 이영우 배재대 아트앤웹툰학부 교수

드디어 3월이다.

봄은 점점 가까이 와 있고 말없이 큰 존재감을 이루고 있다.

숨죽여 환하게 다가올 꽃피는 봄을 기다리게 되고 가슴에 품게 되니 무뎌진 내 마음에 설레인다.

봄이 그리운 건 코로나로 인한 갈증도 있겠지만 새로 맞이할 봄에는 몸도 마음도 따뜻한 봄이고 싶다.

나는 지난 겨울동안 올 3월에 있을 화랑미술제를 틈나는 대로 준비했다.

변화된 그림을 보고 물감의 만찬이란 말을 들을 만큼 물감이 캔버스에 벅찰 정도로 질감을 이룬다. 작가는 새로운 그림으로 전시를 통해 선보이게 되는데 이순 해를 보내고 있는 내게도 변화기를 맞이하는 해가 되지 싶다. 청년시절의 나는 그림이 전부였고 그림으로 성공을 하기 위해 닥치는 대로 그림만 그렸다. 그런 시절이 있었기에 이어올 수 있었던 작가의 길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그림은 그냥 그리는 거라고 할 만큼 내게는 일상이 되었지만 앞으로는 나름대로 결실을 이루고 변화되었던 그림들을 모아서 정리해보는 시간과 마주했다.

이젠 깊어져 가야하는 그림세계도 나이를 먹었고 그 시간동안 농축된 그림이 성숙하게 표현되어져 사람들의 마음과 진정성 있게 다가가고 준비해가련다.

화랑미술제는 (사)한국 화랑협회가 주최하는 국내 최초의 아트페어로, 많은 갤러리와 관람객들이 기다리는 대규모 행사이다. 미술계에서 유명한 인기 작가뿐만 아니라 새롭게 얼굴을 비추는 신진 가까지 한곳에서 모두 볼 수 있는 매력이 있다.

화랑미술제는 본격적인 2022년도 아트페어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 역할을 하기 때문에 늘 새롭다. 다른 아트페어보다 비교적 빠른 3월에 개최되고, 그 이후로 다양한 규모의 아트페어들이 줄줄이 열릴 예정이기 때문에 2022 화랑미술제를 준비하는 작가에겐 기다리는 봄이 되었다.

거기다 올해로 제40회를 맞이하는 2022 화랑미술제에는 역대 가장 많은 143개의 회원 화랑이 참여한다고 한다. 미술시장의 호황이 올해도 이어진다는 전망에 기대심리가 많은 화랑의 참여로 보여준다.

미술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늘고 있고, 작품 구매층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특히 젊은 층이 새롭게 진입하면서 컬렉션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있다. 예술이 삶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어 호황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그래서 일까? 작가는 시험대에 오른 기분이 든다.

미술시장 중심에 작가들이 있으면 좋겠다.

한국에서는 컬렉터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이 꽤 오랫동안 이어졌다. '그들만의 잔치'라며 부정적으로 봤다. 지금은 공부하는 컬렉터가 속속 늘고 있다. 미술품은 시대의 문화수준을 규정하는 척도다. 한 시대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인 것이다. 지난해 이건희 컬렉션이 국가에 기증되면서 일반인이 볼 수 있는 중요한 미술품이 큰 폭으로 늘었다. 이를 계기로 부호들의 컬렉션에 대한 일반의 인식도 달라졌다. 따라서 기업과 개인이 미술품을 자유롭게 수집하도록 한 뒤 이를 공공에 기부할 수 있는 선진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때다. 세제 혜택과 같은 실질적인 베네핏을 제공하고, 사회적 의미도 부여해야 한다. 그렇게 컬렉션의 순환을 긍정적으로 만들어야 문화선진국이 아닐까. 오랫동안 미술시장을 경험하면서 많은 생각들이 펼쳐지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작가로서 책임감도 커진다. 미술을 전공한 데다, 미술계에서 일하다 보니 눈만 턱없이 높아져 안타까울 때가 있다.

그런 내게 주변에서 '어떤 작품을 사야 하느냐'고 물으면서 내 취향과 정반대의 작품을 보여줄 땐 상냥함을 잃지 말아야 하는데 물론 성향이 비슷한 친구들은 알아서 좋은 작품을 잘들 찾아온다. 엄청난 컬렉터들 앞에서 내 경우를 컬렉션이라고 내세울 수준은 아니지만 문화예술에 대한 애정은 평생 할 일이니 서두르지 않고 오래 오래 잘 키워갈 것이다.

한국 미술시장의 새로운 기준이 세워지는 변화의 시기에 KIAF와 화랑미술제가 주목을 더 받고 있다. 한국이 안정적인 글로벌 아트마켓으로 진입하는데 일조하고 있기 때문에 흥미롭게 미술시장이 단단하게 이어지길 바란다.

봄이 화랑미술제와 함께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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