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선 충남과학기술진흥원장

▲ 김광선 충남과학기술진흥원장
▲ 김광선 충남과학기술진흥원장

2021년 12월 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2년 정부R&D 예산으로 국가 총예산 607.7조원의 4.9%인 29.8조원이 국회를 통과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정부 R&D 예산 30조원 규모를 확보함으로써 민간 연구개발 투자예산 70조원 규모를 합치면 100조원 시대에 진입하게 됐다. 이는 규모면에서 세계 5번째이고 GDP 대비 세계 1, 2위를 다투는 규모이다. 이중 정부 부처별 예산 배분을 보면 과기정통부가 9.4조원, 산업자원부가 5.5조원, 방위사업청이 4.8조원, 교육부가 2.4조원, 중기벤처부가 1.8조원, 해양수산부가 0.9조원 순으로 38개 중앙 부처청이 나누어 가졌다.

이렇게 확보된 예산은 대부분 각 부처 산하의 주요 전문기관을 통해 집행된다. 예를 들면 과기정통부와 교육부는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한국연구재단, 정보통신산업진흥원 1년 예산으로 활용되고, 산업자원부는 한국산업기술진흥원과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방위사업청은 방위산업진흥기술연구소 등에서 쓰인다.

우리는 국가혁신을 위한 연구개발 예산집행의 이러한 구조와 흐름에서 중앙부처를 중심으로 수직적 관리구조, 즉 하향식(Top-down) 체제가 지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과학기술 지식의 창출, 확산, 활용(학습) 등을 기획하고 집행하는 방식이 지방정부 주도보다 중앙정부 주도가 여전히 효과적이다고 믿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대한민국은 2003년 12월 지방분권 3대 특별법이라 하는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지방분권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됨으로서 1995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이후 시작된 지방자치시대가 본격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본이 구축됐다. 따라서 지난 20여년 간 지방분권 3대 특별법에 기반해 국가의 균형발전을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 부분에서는 상당 부분 그 효과 또한 발휘됐다. 지역산업의 혁신을 위한 지원, 교육 및 경찰의 자치권 확보, 지방재정의 건전성 강화, 지방의회 활성화, 주민참여 확대, 자치행정의 책임성 강화, 그리고 지자체 주도 지역혁신의 발전계획 수립 등에서 큰 변화가 있었다.

특히 1995년 지방자치제 시행으로 지역산업발전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지역산업혁신을 위해 당시 통상산업부가 적극적인 지원정책을 시작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에는 중소기업기술혁신 및 창업 활성화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1998년 ‘산업기술단지지원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되고 이법에 근거해 산업기술단지를 조성 운영하는 사업시행자인 테크노파크 18개가 전국에 설립됐다. 2001년 과학기술부 또한 과학기술기본법에 따라 5년마다 지방과학기술진흥종합계획수립을 명시했고 지방과학기술성과 확산 및 산업화 촉진, 지방과학기술인력양성 등의 사항을 포함했다. 이를 위한 지역혁신 및 집행기관으로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출연연 지역조직, 대학의 산학협력단 등을 활용해 지역을 지원하고 있다. 교육부, 중기벤처부 또한 산하 집행기관을 통해 지역혁신에 참여하고 있다.

지방분권화 진행에 따른 지역혁신의 중요성이 증대돼 관련 예산 증액과 정책과 제도 등이 보강되고 있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그러나 과학기술강국을 위한 지역의 생산액 및 수출의 증가, 지역대학의 우수인재 양성, 원천기초 및 거대과학 연구참여 등에서 여전히 중앙의 각 부처를 중심으로 지역의 혁신주체인 기업, 대학, 연구소 등이 따라서 참여하는 ‘칸막이식’ 수직적 구조는 변해야 한다. 국가혁신체제(NIS)의 큰 틀 속에서 지역의 다양한 특성을 실현해야 하는 지역혁신체제(RIS)가 상당 부분이 매몰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과기정통부와 지자체의 혁신전담기관인 충남과학기술진흥원, 대전DISTEP, 부산BISTEP을 중심으로 ‘지역미래혁신포럼’을 운영하면서 지역주도 혁신 예산이 체계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집행되기 위해 이를 독립 법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가칭) ‘지역과학기술혁신법’제정을 논의하고 있다. 주요내용은 지방분권 시대에 맞는 중앙 지방간 수평적 쌍방향 협력체계 구축, 지자체 전담기관의 필요성 및 역할 명시, 중앙부처간 칸막이 행정에 따른 R&D 중복 방지, 지역경제 극복 및 체질 개선을 위한 예산증가, R&D성과의 지역 환류 평가 등이다. 지방분권 정착에 늦은 면이 있지만 이에 대한 법 제정이 시급하며 꼭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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