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범 충남북부상공회의소 지식재산센터장

‘파친코’의 저자 이민진 작가가 하버드대 초청 강연에서 "한국인은 누구인가"라는 뜬금없는 질문을 받았을 때, 머뭇거리다가 "춤을 좋아한다."라고 얼떨결에 답했다고 한다.

강연에서 그는 한(恨), 정(情), 눈치 그리고 더 큰 세계에서 살아남고 번영하려는 의지와 교육에 대한 한국인의 열망이 문화와 과학기술에서 한국을 세계의 선도적 위치로 올려놓았다고 설명했다. 그렇다. 고조선의 공무도하가에서 김소월의 진달래꽃까지 우리의 서정은 한과 정으로 녹아있다. 번영하려는 의지와 교육열로 가난의 질곡에서 벗어났고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선진국으로 인정받게 됐다.

한류로 대표되는 ‘춤, 끼’가 케이팝, 케이드라마로 세계에 퍼져나가자 국뽕들은 우리의 콘텐츠에 k를 붙이기 시작했다. 케이푸드, 케이방역, 케이 스포츠, 케이방산, 케이 메타버스 등 케이 팬덤으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서 한, 정, 끼가 한류 문화의 동력이었다면, 교육에 대한 열망은 과학기술의 토대였다.

뛰어난 연예 스타와 예술가와 음악가들이 한류를 전 세계에 유행시켰다면, 과학기술자와 도전적인 기업가들이 제조 강국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나는 이 모든 것을 k-지식재산이라 부르고 싶다. 내일은 3·1절이다.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우리의 선조들은 조선반도에서, 만주에서, 상해에서 피 흘리며 투쟁했다. 대한으로 망했으니 대한으로 흥하자며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세웠다. 동해 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이 나라가 영원하기를 염원했다. 이는 우리 헌법의 전문 속에 녹아있다. 그런데 우리의 선조들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이 세상에 내로라할 강국을 만들었음에도 초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핍박받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다. 혹자는 구한말이 다시 데자뷔 된다는 말도 한다. 우리가 눈에 불을 켜고 다시 뭉쳐 초격차 지식재산 강국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이다. 다행히 지금 우리는 구한말의 대한제국은 아니다.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축적된 자산이 있다. 이 바탕 위에 국부 이승만 님의 말처럼 ‘무엇을 하든 일하고 배워야’ 하고 백범 김구 선생님의 소원처럼 ‘문화 국가’의 기치를 높여서 외세에 흔들리지 않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선열들이 세운 이 소중한 나라에 내 삶을 맡기면서 범부의 미력이지만 내 모든 역량을 지식재산 융성에 쏟아부어야 할 의무가 있음을 깨닫게 된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