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옥 청주복지재단 상임이사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사는 사회, 누구나 평등하고 자유와 개인의 선택이 존중되는 사회, 복지국가가 지향하는 사회이다. 2019년 들어 정부는 급속한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하여 시설중심의 복지에서 지역사회에 기반을 둔 돌봄 중심의 복지로 정책방향을 전환하였다. 2019년 커뮤니티케어로 시작하여 ‘지역사회통합돌봄사업’으로 명칭을 바꾸면서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와 더불어 ‘노인맞춤돌봄서비스’를 시작하였다. 기존의 대규모 복지시설은 소규모 시설이나 가정과 유사한 그룹 홈으로 전환하기 시작하였고, 개인이 살던 곳에서 대상자의 특성과 기호에 따르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노인, 장애인 복지의 핵심이 되었다. 더불어 2021년에 본격적으로 장애인 탈시설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장애인자립지원법이 마련되고, 장애인의 주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이 제시되었다. 또한 2022년 3월부터는 ‘장애인자립지원사업’ 시범사업이 시작된다.

시범사업은 주요 정책을 전국적으로 시행하기 전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지자체의 신청을 받아 일정기간 동안 사업을 시행하는 실험적 사업이다. 시행하면서 사업 모니터링을 통하여 발생하는 문제점과 지역사회 적용 시 어려움 등을 파악하여 전국사업으로 시행하기 전 정책을 수정, 보완한다. 노인장기요양보험, 노인맞춤돌봄 등도 전국적으로 확대시행하기 전 시범사업이 진행되었다. 하지만 시범사업 수행한 지자체별로 성공사례와 성과만 보고함으로써 전국 확산 시 예상하지 못한 여러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보아왔다. 실제 사업운영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를 바탕으로 향후 발생할 문제에 대한 예측과 기존의 정책과는 어떻게 연결하여 운영할 것인지 등에 대한 제시가 없을 경우 시범사업은 큰 의미가 없다.

이번 ‘장애인자립지원사업’의 시범사업을 통해서 탈시설을 위한 사업체계와 모형을 마련하기를 희망한다. 탈시설을 원하는 대상자에게 우선적으로 어떤 일자리와 활동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적절한지, 독립적인 생활을 위한 주거환경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일상생활지원은 어떤 방법으로 제공해야 적절한지 등을 시범사업을 통해 파악해야 한다.

시범사업은 그 정책이 전국적으로 적용될 때 성공적으로 안착될 수 있도록 발생하는 문제점을 가감 없이 드러내야 한다. 그것을 바탕으로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을 만들고 적용 시스템을 고안하여 효율적인 정책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제도 시행 후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는 직접적으로 대상자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방치되거나 사각지대가 생기게 되고 그 고통은 고스란히 대상자의 몫이다. 특히 그 대상자가 장애인일 경우 그 영향은 치명적일 수 있다. 그러므로 꼼꼼하게 정비된 장애인자립지원사업의 운영체계를 준비하여 복지대상자가 주거선택에 대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복지사회가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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