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인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대전지역본부장

어느덧 싹이 트는 봄을 앞두고 있다. 신년을 시작하며 어른들은 아동들에게 어떤 덕담을 건넸을까? 어른들 말씀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해라, 세뱃돈 아껴 써라, 코로나가 기승이니 외출하지 마라 정도가 대다수 아니었을까?

옳고 좋은 말인데 아동 입장에서는 꼭 지켜야하는 약속을 다짐받는 느낌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크든 작든 약속의 의미는 매우 중요하다. 성립 과정부터 결과와 이익에 대한 기대 때문에 협의를 넘어 협상이 되기도 한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아동의 입장에서 보면 어른들과의 약속은 불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해주면 넌 무엇을 약속하겠니? 심지어 내가 이렇게 했다 치고 넌 어떻게 할 건지 조건을 동반한다.

더욱이 매일 쏟아져 나오는 신기한 아이템은 약속이행을 위한 동기를 부여하기에 충분하고 이를 얻기 위한 아동들의 노력은 점점 필사적이다.

그렇다면 역으로 어른들이 지켜야하는 약속도 존재할 것이다.

지난해 이맘때쯤 우리 어른들의 약속을 돌이켜보자. 아동학대를 근절하고 예방하자, 주위 소외계층을 내 가족처럼 보살피자, 좋은 양육방식 배우고 사랑으로 보살피자 등 요약하자면 아동을 권리주체자로서 존중하고 인격적으로 대하겠다는 약속들인데, 얼마나 실천했는지 답변할 수 있을까?

약속은 꼭 지켜야한다며 아동들에게 가르쳤던 어른들의 자화상이다. 아동을 권리주체자로 인정하는 첫걸음은 아동의 참여권을 인정하는 것이다.

참여를 인정한다는 것은 이행에 대한 결과도 함께 공유한다는 전제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는 유엔아동관리위원회로부터 여전히 미흡한 수준에 머물러 있는 아동참여권을 보장하기 위한 민·관 협력의 노력을 요구받고 있다. 즉 아동의 참여로 시작해서 기성세대의 노력과 배려로 약속이행의 결과가 긍정적인 변화의 방향으로 가시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유관기관과 함께 2017년부터 만 7세~만 18세 미만 아동·청소년이 직접 낸 의견을 모아 선거후보자들에게 공약으로 전달하는 미래에서 온 투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여러 선거를 거치며 아동·청소년 정책만큼은 당사자의 관점과 입장을 담은 목소리를 내는 것과 공약이행에 대한 모니터링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게 된다. 얼마 전에도 이번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정당 후보들에게 메타버스 형식을 통해 아동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시간을 가졌다. 참여 아동들의 진지한 질문이 온라인상으로 전달되었고, 후보자들은 긍정적 변화를 약속하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중요하지 않은 약속은 없다.

천만 아동들은 학습부담 해소, 다양한 놀이 환경 제공, 통학로 안전, 교통안전대책 수립, 학대폭력 근절, 집다운 집 주거권보장 등 아동친화적인 환경을 위해 어른들이 조건없이 했던 약속들이 지켜지기를 소망하고 있다.

사소한 약속이라도 꼭 지키라고 알려줬던 어른들의 성찰이 필요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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