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상 청주시체육회 사무국장

초등학교 고학년 시절, 아직도 생생한 아궁이 땔감을 하던 고리타분한 추억 속으로 들어가 본다. 지금이야 어엿한 입식부엌으로 개조를 했지만 27년 전만 하더라도 아궁이에 불을 지펴 난방도 하고 밥을 해먹던 시골 고향집, 아직도 그 고향집에는 부모님이 살고 계신다.

아궁이에 불을 지펴 난방과 음식을 준비하기 위해 땔감을 하던 시절, 겨울이 오기 전에 땔감을 준비하는 것이 월동준비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선시되는 중요한 일이다. 집에 땔감이 그득하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다. 땔감이 충분해야만 한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겨울방학이 되면 방학숙제는 제쳐놓고 지게를 지고 땔나무를 하러 산으로 가는 것이 일상이었다. 한때는 산감(山監) 제도가 있었다. 무분별한 땔감 채취나 산림 훼손을 단속하기 위한 산림감시원 제도로 땔나무를 해가지고 오다가 산감이 왔다고 동네에 소문이 퍼지면 지고오던 땔나무 짐지게도 내던지고 숨어야 했던 그 때는 산감이 엄청 무서웠던 시절이다.

날씨가 추워지면 오로지 방을 덥히려고 아궁이에 불을 지피는 소위 군불을 때면 아궁이로부터 가까운 아랫목과 상대적으로 덜 따뜻한 윗목의 형제간 자리싸움이 치열할 때도 이맘때의 추억이다. 또한 보온밥통이 나오기 전에는 식기에 밥을 떠서 따뜻한 아랫목에 이불로 푹 덮어 놓으면 시간이 좀 지나더라도 맛있는 밥을 따뜻하게 먹을 수 있었다.

정월대보름 날에는 나무 아홉 짐을 하고 밥을 아홉 번 먹는다는 속설이 있는데 이는 누구나 즐겁게 노는 대보름 명절에 나무 아홉 짐을 할 정도로 부지런하면 부자가 된다는 깨우침을 주려는 풍속으로 땔나무를 열심히 많이 했던 기억이 난다. 그만큼 생활에 있어서 기본이 되는 연료인 땔감을 정말로 소중히 여기던 시절, 지금 생각하면 의미야 이해가 가지만 생각하기 조차 싫은 추억이다.

왕복 4㎞ 정도의 야산에서 나무를 해가지고 오면 구수하고 맛있는 된장찌개와 찐 고구마가 기다리고 있었다. 정말 꿀맛이다. 지금이야 간식거리가 흔하지만 그 때 시골에서의 겨울철 간식은 고구마 밖에는 없던 시절이다. 지금도 방안 숯불화로에 보글보글 끓고 있는 된장찌개와 군고구마를 생각하면 눈에 선하고 침이 절로 넘어간다.

음식은 불 맛이 최고라고 한다. 맛있는 밥을 기대하며 가마솥에 쌀을 안치고 아궁이에 불을 지펴 한번 끓어오르면 조금 기다렸다가 한소끔 뜸을 들인 다음 먹는 밥맛이 최고인데 지금은 그런 밥맛을 찾기가 어렵다.

아궁이의 가마솥 밥에서부터 "맛있는 밥이 다 되었다고 밥을 잘 저어주세요" 라는 전기밥솥의 안내멘트가 나올 정도이니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지금도 그 시절 아궁이 가마솥 밥과 구수한 누룽지 숭늉이 생각나고 그리울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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