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규 청주시 총괄건축가

1500여 년의 긴 역사를 가진 청주는 뿌리 깊은 역사문화와 교육도시로서의 자부심이 시민 개개인의 뼛속까지 스며있는 도시다. 게다가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의 고장인 직지의 도시이기까지 하다. 동쪽으로 우암산이 뒷심 있게 받쳐주고, 중앙으로 무심천이 무심하게 흐르는 친환경 도시다. 우리는 일상에서 자꾸 이 사실을 잊고 있으며 이런 역사문화와 자연환경에도 불구하고 전국 3대 노잼도시의 불명예를 안고 있다.

지금 우리는 개발주도의 정책으로 전국을 아파트 숲으로 만드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 결과 우리의 도시들은 아파트 중심의 도시로 변하고 있다. 오죽하면 ‘오래된 미래’의 저자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는 한국을 아파트공화국이라고 칭했을까.

청주도 별반 다르지 않아서 내외곽에 아파트 중심의 도시를 확장하고, 이런 개발에 밀려 청주의 중심은 차츰 슬럼화되고 원도심의 시민들조차도 아파트개발을 원하고 있다.

또한 원도심은 높이제한이 풀리면서 여러 초고층 아파트단지들이 개발됐거나 진행 중이며 무심천 서쪽은 대규모의 아파트단지 건설들이 진행 중이다. 과연 이게 올바른 방향일까?

시민이든 전문가이든 청주시청 뒤 49층의 코아루나 지금 개발 중인 남주동의 39층의 아파트단지 개발을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렇지만 내 집은 개발되기를 바라고 건설 가능한 최대한을 원한다.

나는 여기서 우리가 무엇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한 가를 물어보고 싶다. 적정의 공공의 가치와 극대화한 개인의 재산권 중 선택하라고 한다면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우리가 지켜야 할 공공의 가치가 개인의 재산권을 방해하는 것일까?

작년 말에 ‘청주시선’에서 조사한 여론조사를 보면 청주시민이 생각하는 원도심의 바람직한 미래상으로 80%가 넘는 응답자가 청주의 오랜 역사와 문화가 공존하는 관광여가중심지를 선택했다.

도시건축을 전문으로 하고 청주의 공공건축을 총괄하는 총괄건축가로서 무심천이 청주 원도심의 생활중심지가 돼야 하고 우암산이 청주의 단단한 역사문화도시의 배경이 되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다행히 청주의 원도심은 신도시와 다르게 작은 블록으로 구성돼 있다. 도시 조직만은 유럽의 문화관광도시를 닮았다.

청주도 살기 좋고 시민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친환경 도시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도시는 시간의 혼을 담는 공간이 돼야 한다. 그 혼은 시민들의 삶 속에서 나오며 그 삶의 축척이 그 도시의 정신을 만든다.

무심천의 동쪽은 공공이 주도해 장소성을 기반으로 한 재생중심의 개발정책을 찾아 역사문화도시로서의 정체성을 찾아가면서 활성화하고, 서쪽은 직지특구와 추모공원, 그리고 시민체육공원을 중심으로 한 미래지향형 스마트복합도시로 만들기를 꿈꾸는 것은 너무 이상적인 생각일까?

나는 눈을 감고 여가를 즐기는 시민들이 넘치는 무심천과 뒤로 우암산이 어우러져 시민들과 관광객으로 활력이 넘치는 원도심을 상상을 해보곤 한다. 이게 나만의 행복한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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