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진 대전경실련 기획위원장

택배기사의 분류작업으로 인한 과로사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주목받은 이후 사회적 합의를 이루었으나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고 있고 일부 아파트 단지의 택배 차량 출입 금지로 인한 사회적 갈등도 지속되고 있다. 이번 설을 전후해서는 택배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인한 불편과 문제점들을 다루는 기사들이 여러 언론에 등장하고 있다. ‘한 달 전 주문한 겨울 재킷을 아직 받지 못했다’, ‘설 선물이 아직 도착 안 했다’ 등 택배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인한 불편 사항을 주로 다루고 있다.

택배 노동자들의 살인적인 노동시간 내몰림과 업무로 여러 명의 생명이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하면서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와 택배사, 정치권과 소비자 단체가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방지를 위한 합의서를 작년 상반기 작성했다. 그 주요 내용은 택배 분류작업에 대한 택배사의 책임 명시와 함께 택배 노동자의 분류작업 제외를 지난해 내로 완료, 택배기사의 작업시간을 주 60시간, 심야 배송은 오후 9시까지로 제한, 택배 운임의 상승 요인 확인과 세부 이행 계획의 표준계약서에 반영 등이 주 내용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 비대면 소비가 증가하면서 택배 노동자들의 노동 강도는 그 어느 때 보다 높아지고 있고 택배 노동자의 노동 조건 개선을 위해 인상했던 요금 분 또한 노동 조건 개선이나 처우 개선 보다는 택배사의 이익 확대로 연결하려는 시도들도 지속하면서 사회적 합의 이전과 비교해 노동자들의 처우나 노동 환경이 크게 개선되지 못한 상황이다.

장시간 노동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마련된 분류 작업의 제외는 보조 도우미를 투입하는 형태로 변질돼 택배 노동자의 장시간 노동이 지속되고 있고 이로 인한 갈등도 지속되면서 그 연장선의 파업이 이어지면서 택배 대란이 지속되고 있다.

이처럼 사회적 합의가 이행되지 못하는 데에는 정부와 정치권의 무능과 무책임도 원인으로 보인다. 택배사들이 사회적 합의를 준수하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와 정치권은 합의 이행에 대한 명확한 입장과 더불어 합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적절한 개선안을 제시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여야 하나 손을 놓고 있다. 갈등 해결을 위한 사회적 합의 도출도 중요하지만, 합의 정신을 존중하며 그 내용을 충실하게 이행하는 것이 더 중요하며 그 과정을 지속해서 모니터링해 점검하고 지원하는 것이 그 어느 때 보다 필요하다.

이제라도 정부와 정치권은 향후 확대될 택배 시장에서 노동자들의 보호와 지원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을 위해 관련 법률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택배 사업이 신뢰를 얻고 국민의 사랑을 받는 사업으로 확대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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