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각 김용각건축사사무소 대표

새해를 시작한지 정확히 한 달만에 설날을 맞이하게 되었다. 연말연시의 분주함과는 다른 감성으로 맞이하는 설날 연휴에 지난 한 달을 돌이켜보며 새롭게 각오를 다지기도 하고, 코로나로 서먹했던 친인척 및 지인들과 선물이나 덕담을 나누는 소통의 시간을 만들어 봄직하다.

지난달 중순, 꽁꽁 얼어붙은 날씨 속에 무너져 내린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는 아직도 세 명의 작업자를 찾지 못한데다가 잔해 25t이 또 무너져 수색작업을 멈추게 되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현장이라 더욱 아연실색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더 암담하기만 하다. 영세 시공업자에 비해 더 좋은 조건으로 공사를 수주하였고, 더 우수한 인력과 장비로 시공할 수 있으면서도 기본적인 원칙조차 지키지 못해 이런 대형사고를 일으킨 것은 ‘안전’에 대한 인식이 아직도 한참 미숙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도대체 언제쯤 안전불감증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살아갈 수 있을지 걱정스럽기만 하다.

공기가 촉박하다고 해서 콘크리트 양생 기간을 줄이는 것은 영세 시공업자들도 하지 않는 아주 나쁜 ‘짓’이다. 건축계의 일각에서는 주 52시간 근무제로 근무시간 제한으로 인해 무리하게 진행할 수 밖에 없었다면서 붕괴의 원인을 돌리기도 했다. 참 무책임한 발언이라 생각한다. 물론 급변하는 시대상처럼 각종 제도나 법의 변화가 현실적인 무리를 가져오기도 하지만 원칙을 지키는 것이 기본이다.

연휴 저녁에 잘 시청하지 않던 TV앞에 앉아 채널을 돌리던 중에 대전을 소재로 하는 시사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크게 세 개의 이슈를 던지며 대전의 정체성에 대해 질문하고 있었다. 첫째, 세계적인 인기를 끈 ‘오징어게임’과 영화 ‘승리호’ 등이 촬영된 스튜디오 큐브를 중심으로 하는 영상콘텐츠 산업의 기반시설과 지역과의 연계나 파급효과에 대한 파악 및 대책에 대해 물음표를 던졌다. 둘째, 원도심 내 대규모 재개발, 재건축으로 인한 사라져 가고 있는 근대건축 문화에 대한 실태조사 및 보존에 대해 역시 물음표를 던졌다. 셋째, 대전엑스포 93, 49년 된 대덕연구개발특구 등 과학도시를 표방하는 대전시의 엑스포공원 내 사이언스콤플렉스의 설립취지 및 운영방안, 연구기관의 분산배치에 대한 대책에 대해서도 질문을 더했다.

지역의 경쟁력이 곧 국가의 경쟁력이라는 말을 수없이 들어왔고 공감했다. 지역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과 자원이 도시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수차례 어필했다. 지역의 자생력을 갖기 위해 도시 브랜드를 만드는 게 급선무이고, 지역정체성을 확고히 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얘기했다. 많은 전문가들이 언론이나, 강연이나, 방송을 통해 끊임없이 제시하고 있다.

영화의 도시 부산, 근대건축문화의 도시 군산을 떠올리듯 과학의 도시, 근대문화와 교통의 도시 대전을 떠올릴 수 있도록 앞장서는 행정, 소통하는 행정, 함께하는 행정이 기본이 되는 새해를 기대해 본다. ‘희망’이 ‘기본’이 되는 대전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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