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설 연휴 앞둔 대전 쪽방촌 가보니
코로나 영향 명절행사 없어
"분위기 안나… 쓸쓸히 지날 듯"
봉사자도 줄어 도움 절실

▲ 대전역 인근 쪽방촌에 거주 중인 문윤식 할아버지가 설을 앞둔 26일 쓸쓸히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사진=김성준 기자

[충청투데이 김성준 기자] 설 연휴를 앞둔 26일 오전 대전역 인근 동구 삼성동의 쪽방촌은 명절의 설렘 없이 적막한 분위기만 가득했다.

대부분 고령의 취약계층인 이곳 주민들은 경부고속선을 마주한 채 줄지어 있는 허름한 집에서 명절을 앞두고 찾아온 쓸쓸함을 이겨내고 있었다.

이곳에서 40년 넘게 거주했다는 문윤식(78) 할아버지는 매년 명절만 되면 자식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친다고 털어놨다.

수십 년 전 고향인 경남 함양을 떠나 대전에 정착했지만 이번 설에도 고향 방문은커녕 그저 자식들이 타지에서 별 탈 없이 지내길 바랄 뿐이다.

문 할아버지는 "첫째 아들을 못 본지 30년쯤 됐는데 설이나 추석 때마다 보고 싶은 생각에 견디기가 참 힘들다"며 "이제 와서 후회해봤자 무얼 하냐"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쪽방촌 주민 이강무(78) 할아버지도 "아내와 헤어져 따로 생활한 지 20년이 넘었는데 명절만 되면 정말 보고 싶다"며 "이번 설도 평소처럼 집에서 밥 해 먹고 똑같이 지내다 보면 어영부영 지나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대전시쪽방상담소에 따르면 대전지역에 등록된 쪽방촌 주민들은 450여명.

이 중 20여명은 삼성동 일대에서 매년 30만~50만원의 도로점용료를 내고 쪽방촌에 살고 있다. 가족과 함께 보내는 설 명절도 이들에게는 매일 겪는 고독한 삶의 일부일 뿐이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으로 쪽방촌 주민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던 명절 행사까지 사라져 이번 설도 썰렁한 분위기다.

동구 정동의 쪽방촌에 거주 중인 이연수 할머니는 "기초생활수급자로 등록돼 지원 받는 생활비로 근근이 먹고 살고 있는데 명절이라고 특별히 뭘 할 수는 없는 형편"이라며 "예전에는 다 같이 모여서 윷놀이도 했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부터 다 사라졌다. 명절 분위기가 어땠는지 이젠 기억도 가물가물하다"고 말했다.

코로나 이후 봉사자들의 활동도 줄어 취약계층을 향한 도움의 손길은 더욱 절실하다.

‘1365 자원봉사포털’에 따르면 대전지역 봉사활동인원은 2019년 16만 3043명에서 코로나가 발생한 2020년 7만 6833명, 지난해 6만 3930명으로 매년 감소하고 있다.

대전시쪽방상담소와 울안공동체, 노숙인지원센터 등 5개 단체는 오는 29일부터 내달 2일까지 쪽방촌 주민과 노숙인 등을 대상으로 설맞이 특식 도시락을 전달할 예정이다.

대전쪽방상담소 관계자는 "예전에는 명절만 되면 어울림마당을 열어 전, 다과 등 명절 음식을 해드리고 명절 놀이도 하면서 분위기를 물씬 냈는데 지금은 코로나 감염이 우려돼 전부 중단한 상황"이라며 "얼른 코로나가 종식돼 설과 추석 때 예전처럼 명절 관련 행사를 진행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성준 기자 junea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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