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옥 청주복지재단 상임이사

오늘날 급속한 고령화와 핵가족화로 가구원 수 감소와 더불어 1인 가구는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노인 1인 가구뿐 아니라 중장년, 청년 1인 가구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는 결혼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더불어 이혼 등 가족해체에 따라 나타나는 사회현상이다. 1인 가구는 적극적으로 사회활동을 하며 다양한 주변 환경과 연결되어 살아갈 때는 문제가 없다. 다만 삶의 전환기나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 주변의 지지체계가 취약해 사회적 단절과 고립 상황에 놓이게 될 확률이 가족과 함께일 때보다 높다. 혼자 사는 것이 사회적 고립 비율을 증가시키고 알코올과 기타 약물 사용빈도를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있듯이 가족 지지체계가 없거나 떨어져 있는 상황은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독거세대가 늘어나고 있는 현대사회는 사회적 단절을 겪는 세대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근래에 지속해서 나타나는 ‘고독사’문제는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재난상황에서 1인가구의 증가에 따라 나타나는 부차적 사회문제 중 하나다. ‘고독사’란 가족, 이웃, 사회에서 격리되어 혼자 살아가다 아무도 모르게 죽음에 이른 후 일정기간이 지나 발견되는 죽음을 말한다. 과거에는 주로 홀로 사는 노인 가구에서 ‘고독사’가 발생했지만 이제는 점차 중장년층과 청년층까지 확대되어 나타나고 있다. ‘고독사’는 쪽방촌, 고시촌, 원룸 등의 주거형태에서 주로 발생한다. 이곳은 경제적으로 어렵고 가족과 사회와 단절되어 떠도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이곳에서도 이들은 이웃과 교류 없이 살아간다. 그러다 만성질환이나 알코올, 약물 등의 문제로 사망에 이르고, 방치되어 있다 시간이 지나 냄새로 자신의 죽음을 이웃에 알리게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대부분의 ‘고독사’는 시신을 거둘 가족이 없는 ‘무연사’이기도 하다. 살아서 혼자였던 이들이 죽어서도 외로운 상황인 것이다.

‘고독사’ 예방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고독사’ 문제는 여전히 복지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보다 실질적인 지원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고독사’가 늘면서 정부는 2020년 3월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고독사예방법, 2021년 4월 시행)’을 제정했다. 이에 따라 실태조사와 더불어 각 지자체별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나 음지에 숨어있는 이들의 실태조사와 실제적 지원방안 마련이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우선 현재 ‘고독사’에 노출될 위험군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다양한 공동체를 만들어 이들을 참여시키고 이런 관계망 속에서 희망을 찾고 삶의 의지를 다지게 하는 지원이 현실적으로 더 중요하다.

이들에게 일자리 제공도 경제적 의미뿐 아니라 사회관계 형성 차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이 노동을 할 건강 상태가 아닌 경우가 많고, 심리상담, 중독 해소를 위한 치료 등이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신적으로 건강해지지 않으면 대부분 이전 상태로 되돌아가게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들이 혼자가 아니라 함께하는 이웃이 있다는 것을 인식시키고 지원받을 수 있는 안전망을 연결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힘들 때 도움 필요 신호를 보낼 지지체계가 곁에 있다는 것을 인식시키고, 쉽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자. 지역복지, 마을공동체가 ‘고독사’ 예방을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나서야 할 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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