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유통업체·기업들, 대금 지급 앞당겨 협력업체 자금운용 도움
일부 중소기업, 경영난에 현실적 어려움… 협력업체 뺏길까 ‘불안’

[충청투데이 송해창 기자] "물품 대금 조기지급이요? 우리도 하고 싶죠. 그런데 돈이 없는 걸 어떡합니까."

대전지역 중소기업계가 설 명절을 앞두고 새로운 고민을 토로하고 있다.

곳곳에서 대금 조기지급이 진행 중이나 경제적 여력이 없다는 하소연이다.

19일 경제계에 따르면 지역 일부 유통업체·기업 등은 설 명절을 맞아 협력업체 납품대금을 조기지급하기로 했다. 명절 상여금·보너스 등 협력업체의 자금소요를 고려한 상생활동이다.

롯데백화점 대전점은 오는 26일까지 대금지급을 완료할 계획이다. 평시 대비 약 11일 앞당겨 중소협력업체의 자금운용을 돕는다는 방침이다.

대전신세계 Art&Science, 이마트 등은 대금 지급일을 14일 앞당겼다. 지급 예정일은 내달 10일이나 설 연휴 전인 27일 지급하기로 했다.

지역 홈플러스 역시 중소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각종 정산대금을 조기지급한다. 정상 지급일보다 8일 앞당긴 26일 일괄지급해 중소 협력업체의 숨통을 틔운다는 계획이다.

대전 서구 소재 제조업체, 대전 유성구 소재 마케팅업체 등 지역 기업 상당수도 대금 조기지급을 확정했다.

반면 일부 중소기업은 경영난을 언급하며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지역 유통업체 한 관계자는 "우리도 매년 설·추석마다 협력업체 납품대금을 조기지급했다. 올해는 지난해부터 누적된 적자로 (조기지급할) 여건이 안 된다"며 "협력업체와 얘기해보니 대부분 조기지급을 기대하고 있더라. 어떻게 말을 꺼내야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지역 제조업체 한 대표는 "중소기업은 협력업체와의 관계가 중요하다. 협력업체에 잘 해주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며 "협력업체에 ‘조기지급이 어렵다’ 전했더니 ‘조금 더 마음 써 달라’고 하더라. 마음 문제가 아닌 현실적 문제인데 답답할 따름이다. 조기지급이 어느새 의무가 된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지역 경쟁사에 협력업체를 뺏길 수 있다는 불안감도 나왔다.

지역 식품업체 한 대표는 "식품업체는 협력업체가 수십 곳이다. 경쟁사와 거래하는 협력업체도 다수"라며 "최근 한 협력업체가 ‘경쟁사는 조기지급해 주는데 왜 안 해주냐’고 묻더라. 사실상 협박 아니냐"고 성토했다.

이어 "우리 같은 중소업체는 협력업체 한 곳 한 곳이 소중하다. 이번 조기지급을 계기로 경쟁사에 협력업체를 뺏길까 불안하다"며 "경영난에 심적부담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저 설이 빨리 끝나기만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송해창 기자 songhc@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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