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지역 자발적 실업자 176만명 달해
코로나로 고용시장 악화·산업 구조 변화
일자리·교육정책 등 근본적인 개편 필요

2019~2021년 충청권 비경제활동인구 현황 = 충청투데이 그래픽팀.
2019~2021년 충청권 비경제활동인구 현황 = 충청투데이 그래픽팀.

[충청투데이 서유빈 기자] #1. 대전 대덕구에 거주하는 A(49) 씨는 4년째 일을 쉬고 있다. 10여 년간 꾸려오던 어린이집을 정리하고부터다. 해가 지날수록 원아 모집이 어려워지자 결국 폐업을 결심한 A씨는 최근 들어 재취업 고민이 깊다. 그동안 남편이 벌어오는 수입으로 생활하며 전업주부로 부족함 없이 살았지만 보다 안정적인 노후를 준비하려면 다시 일을 시작해야 할 것 같은 판단에서다. 온라인을 통해 다양한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지금의 생활이 안온한 까닭에 꼭 취업을 해야 하는지 의문도 있다.

#2. 충북에 거주하고 있는 청년 B씨는(27) 취업에 대한 자신감이 바닥을 찍고 있다. 대학 졸업 무렵 시작된 코로나19(이하 코로나) 이후 본래 희망했던 직종이 구인 폭을 크게 줄여서다. 당장 먹고살아야 하기에 편의점 등 단기 아르바이트를 해보기도 했지만,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현실에 자괴감까지 들어 그마저도 얼마 전 그만둔 상태다. 계속되는 코로나 상황에 앞이 깜깜한 B씨는 한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쉬기로 했다. 지친 마음을 먼저 돌볼 생각이다.

 

충청권 지역에 일하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가 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폐업 쇼크, 취업 실패 등의 이유로 구직을 포기하는 사례가 적잖게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통계청이 최근 공개한 ‘2021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해 충청권 내 비경제활동인구는 △대전 47만 7000명 △세종 10만 7000명 △충남 67만 2000명 △충북 49만 6000명이다.

비경제활동인구란 만 15세 이상 국민 중 일할 능력이 있지만 가사, 취업 준비 등으로 일하지 않는 경우를 일컫는다.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상태로, 집안에서 가사·육아를 전담하는 전업주부나 학생, 연로자·심신장애인, 자발적으로 자선사업이나 종교 단체에 관여하는 등의 상황에 해당된다.

대전과 충북의 비경제활동인구는 2019년 각각 48만 5000명, 49만 2000명에서 2020년 47만 1000명, 48만 9000명으로 소폭 줄었다.

그러다가 코로나 사태 2년 차에 접어든 지난해에는 일을 하지 않고 쉬는 인구가 다시 늘어난 모양새다.

최근 3년 새 세종은 9만 6000명→10만 2000명→10만 7000명, 충남은 64만 7000명→66만 7000명→67만 2000명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비경제활동자의 경우 현재 일을 하고 있지 않지만 실업자에 해당되지 않는다.

국제노동기구(ILO)의 정의상 실업자는 지난 일주일 동안 일을 하지 않았지만 당장이라도 일을 할 수 있으며 4주 동안 적극적인 구직 활동을 수행한자 라고 명시돼 있다.

구직 활동 없이 막연히 쉬었을 경우,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실업자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가장 주목할만한 부분은 코로나 이후 고용시장 악화와 자영업 붕괴 등으로 한동안 일을 하지 않고 쉬는 만성적 비경제활동인구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재난 상황에서 급격히 바뀌는 산업구조에 대해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근본적인 노동 정책 개편 등을 조언한다.

정세은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단순한 경기 침체라면 소상공인 손실보상 등 생계 지원이 필요하겠지만 코로나로 산업 구조 자체가 급격히 바뀌는 측면이 있어서 구조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며 “4차 산업혁명과 비대면 산업에 맞는 일자리 정책이나 교육 정책 등 근본적인 개편 필요하기 때문에 정부가 산업 구조 전환에 대한 모니터링과 함께 인력 양성, 기업 지원 정책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유빈 기자 syb@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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