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규익 대전문화재단 대표이사

2022년 임인년(壬寅年)이 밝았다.

검은 호랑이의 용맹한 기운이 지난 2년간 우리 삶에 만연해 있던 모든 근심을 거두어 가길 바라본다. 그래도 여전히 지역의 문화예술계가 당면하고 있는 많은 어려움을 극복해 내는 것이 결코 녹록지는 않을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문화예술 분야에 끼친 영향은 실로 막대하다. 공연, 전시, 축제 등이 중단과 연기를 반복해 오면서 문화예술 활동은 크게 위축되었다. 그로 인해 시민들의 삶 속에서 문화예술을 접할 기회를 잃었고, 장기적으로는 문화 격차가 점차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예술인들의 소득과 고용은 극도로 불안정해졌고, 문화예술 시장이 위축되면서 많은 단체와 사업체들이 위기에 힘들어하면서 연명하고 있다.

문화예술 분야의 피해구제를 위해 대전시와 문화재단은 다양한 방식의 정책 사업들을 추진했다. 긴급 재난지원, 기초창작비 지원, 온라인 콘텐츠 제작 지원, 임대료·대관료 지원 등의 사업이 예술계의 피해 완화에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나 지속가능성이 불분명한 소모성 사업이 지닌 한계, 피해구제의 사각지대 발생 등 해결해야 할 숙제도 남겼다. 코로나 팬데믹은 크나큰 고통과 동시에, 문화예술 분야의 새로운 가능성을 바탕으로 한 긍정적인 기대도 가져왔다.

온라인·비대면 콘텐츠가 문화예술 향유와 유통의 새로운 방식으로 자리 잡고 과학·예술의 결합과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문화예술 환경은 패러다임의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은 이제 문화예술 생태계에 새로운 화두와 과제를 던지고 있다. 급격히 진전되고 있는 변화와 도전에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유례없는 재난이 가져온 명암(明暗)을 동시에 인식하고 대비해야 하며, 문화예술 분야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취약성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포스트코로나 시대 우리 사회의 회복 동력으로 작용할 문화예술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문화예술 지원제도의 변화 가능성을 탐색해야 한다. 무엇보다 일상 속 문화예술의 가치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누적되어 온 예술계의 피해 회복과 정상화가 가장 시급한 과제일 것이다. 일시적이고 소모적인 사업이 아니라, 일상 속 재난 위기에 언제라도 대비할 수 있는 장기적인 대응 체계를 모색해야 한다. 문화예술이 가진 고유의 현장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온라인·디지털로의 전환이 지닌 가능성을 더욱 활용하고 확대할 수 있는 정책적 대응도 필요하다.

문화예술 분야의 취약성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예술지원사업 제도를 고민하고, 예술인 복지 등의 예술인 생활 안전망도 강화해야 한다. 지역 문화예술의 중심기관으로서 문화재단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막중하다.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지자체, 지역 문화예술계와 합심해 다가올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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