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대전 서구 괴정동 점등시위 현장
정부 방역지침 항의 전국 점등시위 동참… 참여 점포 늘어
이른 시일 내 오후 5시~오후 9시 ‘소등시위’도 나설 계획

▲ 9일 오후 9시 30분 대전 서구 괴정동 상권의 대다수 점포가 불을 밝히고 있다. 사진=송해창 기자

[충청투데이 송해창 기자] "점등시위요? 시위라기보다…오죽하면 불까지 켜고 항의하겠어요. 우리도 먹고 살게 해달라는 읍소에요 읍소."

9일 오후 9시 30분. 영업 제한시간(오후 9시)이 지났음에도 대전 서구 괴정동의 대다수 점포가 불을 밝히고 있었다. 일부 점포들은 간판과 가게 내부에 불을 켜 놓고 있었다. 간판 불만 켜놓은 점포도 있었다.

괴정동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A(53) 씨는 "요즘 점등시위가 전국에서 진행되고 있다더라. 비록 작은 가게지만 전국 소상공인들과 뜻을 같이하고자 (점등시위에) 동참했다"며 "자정까지 점포 불을 켜 놓을 생각이다. 점등시위는 오는 14일까지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전지역 소상공인들이 정부의 방역지침에 항의하는 점등시위를 펼치고 있다. 점등시위는 지난 4일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의 제안에서 비롯됐다.

비대위는 당일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단계적 일상회복에 희망을 건 지 50일도 되지 않아 강화된 거리두기가 시행됐다"며 "영업소 간판과 내부 모든 조명을 켜 영업의지를 보여주자"고 말했다. 점등시위 시간과 기간으로는 각각 오후 9시~자정, 1월 6일~14일을 제안했다.

비대위의 제안으로 대전에서도 지난 6일부터 점등시위가 시작됐다. 시간이 지날수록 참여 점포가 늘어난 것으로도 파악됐다.

서구 탄방동에서 맥줏집을 운영하는 B(33) 씨는 "점등시위에 참여할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인근 점포들이 불을 켜는 것을 보고 동참을 결심했다"며 "점등시위 참여 다음날 손님들로부터 ‘점등시위 응원한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지역 소상공인 커뮤니티에서도 ‘점등시위에 동참했다’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점등시위에 ‘소극적으로’ 참여 중인 점포도 다수였다. 자정까지 불을 켜지는 않지만 점포 소등시간을 다소 늦추는 방식이다.

유성구 봉명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C(42) 씨는 "오후 9시 영업제한으로 점포 마감시간도 앞당겼다. 오후 9시 10분경에는 퇴근이 가능하다"며 "점등시위에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고자 오후 10시 30분에 소등하고 있다. 그때까지 하루 장부를 정리하고, 내일 영업도 미리 준비한다"고 말했다.

대전지역 소상공인들은 또 다른 시위를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외식업중앙회 대전지회 고위관계자는 "이른 시일 내 소등시위를 펼칠 계획이다. 점등시위와는 반대로 오후 5시~오후 9시 소등한 채 영업하는 방식"이라며 "지역 1500여 개 점포가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등시위로 지역 소상공인들의 울분을 표출하겠다"고 피력했다.

송해창 기자 songhc@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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