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학회 한서대학교 디자인융합학과 교수

새해다. 헌날의 어려움을 털어내고 새날의 희망을 맞이하는 시기다. 삶의 과정에는 늘 어려움이 있기에 어느 나라든 연말연시에 조심하라는 격언이나 단어들이 있다. 우리 문화에서는 ‘삼재(三災)’가 있다.

‘삼재’는 ‘삼재팔난’의 준말이고 하늘의 변고로 당하는 천살(天殺), 갑작스러운 사고나 사건 등 땅에서 당하는 지살(地殺), 부모 자식 지인 등 사람을 통해 겪는 인살(人殺) 세 가지의 흉살을 말하기도 하고 삼년 동안의 어려운 시기를 말하기도 한다. 삼재는 십년 주기로 오는데 첫해를 들삼재, 둘째 해를 눌삼재, 삼년 째를 날삼재라고 한다. 민간신앙이나 불교 등에서는 삼재가 있으면 행동거지를 조심하고 방책을 알려주거나 제사의 형식을 빌어서 피해가라고 한다.

필자는 지난 삼년이 삼재의 시기였는데 아주 고약한 시기였다. 들삼재 때 고향집을 정리하던 중 나무를 베다가 낫에 찍혀서 손가락이 잘릴 뻔한 것을 시작으로, 쓰레기를 태우다 양쪽 다리에 화상을 입어 작열통을 겪었는데 지금도 양쪽 다리 무릎 아래는 그때의 흉터가 가득하다. 눌삼재에는 황망하게 보름 간격으로 부모님을 하늘로 떠나보내서 세상에서 가장 큰 이별의 슬픔도 겪었다. 날삼재에는 집안에서 크고 작은 고약한 일들이 있었고 삼년 내내 사회활동에서도 허망한 결과들 뿐이었다.

나는 도대체 왜 이런 고통스런 일들이 한꺼번에 몰려오는지 내가 평소에 무슨 대단한 잘못을 해서 이런 벌을 받는지 의심스러웠다. 나와 동갑인 어떤 친구는 내게 "네가 삼재를 믿으니 네게 좋지 않은 일이 있는 것 같으니 마음에 두지 말라"고 핀잔을 주었다. 그런데 얼마 후 그 친구도 몹시 안 좋은 일이 있었는지 우울한 표정으로 삼재라는 게 진짜 있는 것 같다며 투덜댔다.

삼재란 게 비록 과학적으로 검증된 것은 아니지만 조상들의 오랜 경험의 결과이니 무시하기보단 참고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불교에서는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모든 것은 업보의 결과라고 한다. 만약 누군가 새해에 삼재가 들었다고 한다면 살아오는 과정에서 잘못한 것은 없었는지, 앞으로 삶의 태도는 어떠해야 하는지 되새겨 보는 계기가 되면 어떨까 싶다.

그런데 삼재는 개인에게만 있는 게 아닌가 보다. 국가에도 있고 세계에도 삼재가 있는지 벌써 3년째 되는 코로나19도 지독한 삼재인 것 같다. 그간의 인간 악업이 커서 그런가? 많은 부분에서 인류의 반성이 필요한가 보다. 올해가 코로나19의 날삼재에 해당되니 재난이 빨리 끝나고 새해에는 활기찬 날들이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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