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각 김용각건축사사무소 대표

어김없이 새 해를 맞이했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피로도는 높지만 새로운 마음으로 새 해를 맞이하고자 하는 것은 일반 시민이나 관이나 마찬가지인 듯, 시민은 가정과 개인의 건강과 행복을 추구하는 소원을 빌고 관은 지난해를 돌아보고 희망찬 신년 계획을 일제히 발표하였다.

올 해 발표된 각종 사업들을 보면서 이제는 대전시도 광역지자체로서 5개구의 자치행정의 구현이 더 적극적으로 이루어 질것으로 예상되어진다. 지역이 가지고 있는 특장점을 각 구별로 특화하여 세운 사업들에 기대만 할 수 없는 것은 현행 법제나 행정의 틀이 아직도 보수적이고, 획일적인 부분이 많아 지자체의 역량을 오히려 감소시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부처의 최고봉으로 인식되고 있는 기재부의 예산 배정 ‘따내기’부터 행안부의 지원을 가장한 ‘일방적’인 지시, 국토교통부의 ‘민의 실종’ 법 개정 등 중앙부처의 지자체 인식은 정치의 그것만큼 바닥수준이다. 가진 자와 못가진 자, 있는 자와 없는 자, 빌려준 자와 빌린 자 등 그동안은 형편대로 함께 어우러졌던 국민이 이제는 점점 법으로 이원화되어 공동체가 분리되고 깨지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행정의 기본은 ‘민의’를 파악하고 반영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과도한 제도나 법의 구현은 오히려 자율적인 시장의 구조와 유기적인 공동체를 깨트릴 뿐이다.

최근 서울시는 시민들이 날씨와 계절에 상관없이 이용할 수 있는 ‘실내형 공개공간’을 일정규모 이상 건축물에 조성하도록 하는 조례를 전국 최초로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기후여건을 고려하여 일반인의 접근이 편리하고 다수가 이용 가능한 공간으로 정의하고 기존 실외 공개공지와 동일한 용적률 120% 인센티브를 적용해 준다고 한다. 시민에게 필요한 것과 편리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한 흔적은 물론, 새로운 제도를 과감히 도입하는 창의적인 행정이라 평할 수 있다. 대전시는 과학수도를 표방하며 세계를 주도하겠다는 포부를 발표했다. 우주국방 혁신 클러스터, 대덕특구 기반 벤처창업, 대전UCLG연합총회 개최, 대전형 K-바이오 랩허브 등 과학중심의 사업을 브랜드화 하였다. 대전이 가지고 있는 ‘교통’과 ‘과학’을 특화하는 바람직한 방향성이라 생각한다. 못내 아쉬운 것은 트램정류장의 스마트스테이션 구현, 베이스볼 드림파크의 돔 구축 등 추진하고 있는 사업에서는 그 특화를 찾아낼 수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경관계획 2030에서는 시청과 대전정부청사를 잇는 행정축 주변 상업지역의 최고 높이를 90미터로 한정하였는데 그 기준을 시청의 높이로 정했다는 것은 시대적 착오가 아닌가하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타 시도의 사례를 찾기 전에 대전시가 선도적으로 앞장 설 수 있는 기획력을 가졌으면 한다. 시장님이 구현하고자 하는 ‘숙의 민주주의’, ‘민관 거버넌스’의 실행주체가 누구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길 원한다. 제대로 구현만 된다면 대전시는 대한민국의 일등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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