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묵 세종본부 부장

[충청투데이 강대묵 기자] 세종시 신도심인 행정중심복합도시는 ‘행복도시’로 일컫는다. 여기에서 ‘행복’은 행정중심복합의 줄임이면서도, ‘행복(happiness)’의 함축으로 표현된다.

행복도시에 둥지를 튼 모든 시민들이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함이 큰 목적이다. 그렇다면, 행복도시를 살아가는 우리네들은 과연 행복할까.

세종시가 최근 발표한 ‘2021년 세종시 사회조사 결과’ 자료를 보면 세종시민들의 ‘행복지수’는 6.6점으로 전년과 동일하게 나타났다. ‘걱정지수’는 4.6점으로 전년(4.2점)에 비해 다소 늘었다. 외형상 눈부시게 빛나는 세종시의 위상에 비해 다소 부족하게 느껴지는 수치다.

다수의 학자들은 행복의 정의를 ‘만족과 즐거움을 느끼는 상태’로 칭한다. 좀더 쉽게 다가간다면 의·식·주의 세 가지가 충족돼야 행복지수를 끌어 올릴 수 있다는 것.

의아한 것은 세종시에 둥지를 튼 수많은 시민들은 인간이 누려야 할 기본 요소인 의·식·주에 있어서 다소 부족함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영유아를 둔 다수의 세종 부모들은 아이의 옷가지를 사기 위해선 원정쇼핑을 떠날 수밖에 없다는 볼멘소리를 털어 놓는다. 인근 도시인 대전과 청주에 비해 세종시 상권에는 번듯한 아울렛 매장이 존재하지 않고 있다. 처음부터 없었던 것은 아니다. 방축천 특화상가를 통해 ‘엠브릿지 W몰’이 등장했었지만, 소비자들의 외면으로 짧은 생을 마감했다. 초대형 상가인 어반아트리움을 뒤져봐도 마땅한 점포는 없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인근 대전과 청주 등의 쇼핑몰을 둘러보고, 세종시에 돌아오는 길에 마주하는 것은 불꺼진 대형 상가들의 초라한 모습 뿐이다. 맛집을 찾는 일도 여간 쉽지 않다. 신도심 특성상 대형 상가에는 프랜차이즈만 즐비하다. 수십년 전통의 손맛을 지닌 맛집을 찾기 위해선 끈질긴 발품이 동반된다.

시민들의 보금자리인 주택 구하기는 가장 높은 벽이다. 청약 당첨만 되면 수 억 원의 프리미엄이 보장된다는 세종시 부동산 시장은 가진 자에겐 로또지만, 무주택자에겐 다가 설 수 없는 영역이다. 최근 정부의 부동산 옥죄기로 인해 주택값이 폭락하는 분위기지만, 아직까지 세종시 부동산 시장의 노른자 주택가격은 국민평형 84㎡(옛 34평형) 기준 7억-8억 원 수준을 보이고 있다. 운좋게(?) 세종시 분양권을 먼저 쥔 기성세대에겐 쾌재를 안겼지만, 젊은세대에겐 절망감을 안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행복도시의 행정적 정의는 ‘행정기능 중심, 다양한 기능이 조화된 복합자족도시’다. 하지만 인간이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의·식·주가 보장되지 못하는 행복도시의 민낯을 바라보자면, 행정기능은 완성되더라도, 다양한 복합 기능을 갖추기엔 그 길이 멀게만 느껴진다.

지난해 세종시청은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 확정’, ‘세종시=행정수도 완성’ 등의 플랜카드를 내걸면서 자화자찬하기 바빴다. 분양권을 손에 쥐고 쾌재를 불렀던 일부 기성세대 또한 행정수도 호재로 인해 내 집값이 또 다시 춤 출 수 있을까 숨죽인 미소만 보였다.이제 세종특별자치시 출범 10주년이다. 도시 건설 초기만해도 변변한 상점하나 없다는 안타까운 현실이 용납됐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의식주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관계기관의 무능력과 직결되는 시점이다.

적잖은 시간이 지난 뒤 세종시민들에게 다시 한 번 묻고 싶다. 행복도시, 행복한가요?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