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종 행정안전부 지방세정책관

연일 세금, 특히 부동산과 관련된 세금 문제가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세금은 누구나 내지만, 세무 전문가의 도움 없이는 대부분 그 속사정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미지의 영역이다. 소득세를 안 내는 사람은 있을 수 있지만, 편의점에서 음료수 한 병을 살 때도 부가가치세를 내고 있다. 어떤 사람도 세금을 피해 갈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럼, 도대체 세금이란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많은 법률의 경우 앞부분에 A는 B를 의미한다는 정의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세금과 관련된 법률이 국세와 지방세 포함하여 20개를 넘지만, 그 어느 법률에도 세금이 무엇인가에 관한 정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다만 1990년에 나온 헌법재판소 판례가 세금을 가장 잘 정의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재정수요를 충족시키거나 경제적·사회적 특수정책의 실현을 위하여, 국민 또는 주민에 대하여, 아무런 특별한 반대급부 없이 강제적으로 부과·징수하는 과징금. 이 정의에서 아마도 아무런 특별한 반대급부 없이 강제적으로 부과·징수하는 이라는 구절이 세금과 관련한 문제의 본질이 아닐까 싶다. 이러한 세금은 도대체 언제 시작되었을까? 아마도 인류 문명의 시작과 함께, 국가라는 정치권력 실체가 형성되었을 때부터, 세금은 부과되고 징수되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를 봐도 그렇다. ‘맹자’에 고조선에는 ‘맥법(貊法)’이라는 것이 있어 수확의 20분의 1을 세금으로 징수하는데, 이 세금은 국가를 운영하기에 부족하다는 말이 나온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기원전 256년까지 존속한 주나라 시절 ‘정전법’을 시행하여 사방 1리의 경지를 9등분한 후 중앙 1필지를 8가구가 공동경작하고 그 산물을 모두 납세하도록 하였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이집트의 경우는 1799년 나폴레옹 군대가 발견하여 이집트 상형문자 해독의 열쇠가 된 것으로 유명한 로제타스톤에 세금 관련 기록이 남아있다. 기원전 2세기경 만들어진 ‘로제타스톤’에는 프톨레마이오스 5세가 과도한 세금에 대한 불만을 달래기 위해 밀린 세금을 탕감해주고, 세금 체납으로 인한 수감자를 방면하며, 신전에 대한 세금을 감면하였다는 내용이 나온다고 한다. 이처럼 세금은 인류 역사와 함께 존속해 왔으며, 우리가 역사책에서 보아 온 큰 변혁의 순간들도 세금을 둘러싼 갈등에서 시작되었다. 1775년 미국 독립전쟁도 영국이 식민지 미국에 대한 세금을 부과하는 문제에서 시작되었다. 영국이 막대한 전쟁 비용으로 인한 재정적자를 해소하고자 식민지 미국에 설탕세와 인지세를 부과하기로 하자, 식민지 미국은 저 유명한 ‘대표 없이 과세 없다’라는 구호를 내걸고 독립전쟁을 일으켰다. 1789년 프랑스 대혁명도 세금 문제에서 시작되었다. 루이 16세가 전쟁 비용 마련을 위해 면세혜택을 누리던 귀족과 성직자에게 과세를 시도하자 귀족과 성직자가 반발하여 삼부회 소집을 요구하였다. 삼부회가 열리자 신흥세력으로 등장한 부르지아 집단이 국민의회를 선언하면서 프랑스 대혁명의 막이 올랐다. 1894년 동학농민혁명도, 고부군수가 동진강을 막는 만석보 건설을 위해 수세(水稅)를 징수하고 농민을 징발하자 농민들이 고부 관아를 점령하고 만석보를 파괴하였다. 이는 그해 동아시아 정세의 근본을 흔들게 된 농민전쟁의 첫걸음이 되었다. 이처럼 세금은 인류 문명의 시작과 함께해 왔으며, 국가가 세금을 거두지 않았던 적은 한 번도 없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세금을 위해 한마디 변명을 보태자면 세금은 운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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