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수 ETRI 기술상용화센터장

2022년 새해다. 새해라고 해서 확 달라진 뭔가가 있으면 좋으련만, 한 살 나이를 더 먹은 것 빼고는 별반 달라진 게 없다. 코로나 19는 언제쯤 잠잠해질지 기약이 없고, 국가 경제도 쉽게 개선될 것 같지 않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일명 ‘코로나 블루’라고 하는 코로나 19의 확산 이후 불안증과 우울증 유병률은 이전보다 2배 가까이 높아졌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은 새해가 시작됐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금연’, ‘운동’, ‘다이어트’, ‘어학 공부 다시 시작하기’ 등 소위 ‘결심’을 한다. 아마도 외부 환경은 어쩔수 없다 하더라도, 내가 선택함으로써 바꿀 수 있는 것은 변화시키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일 것이다.

이런 면에서 필자는 중소기업들의 ‘신년 결심’ 리스트에 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과의 협력이 추가되기를 제안해 본다. 솔직히 10년 혹은 15년 전만 하더라도 출연(연)과 중소기업 사이의 협력관계는 조금 불편한(?) 면이 없지 않았다. "출연(연)은 마치 경찰서와 같다."라는 말을 어느 중소기업 대표분께 직접 들을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그분의 표현을 그대로 옮기자면 "경찰서도 우리 국민의 안전과 치안을 책임지는 소중한 기관이지만 막상 경찰서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이 쉽지 않은 것처럼, 출연(연)도 국가산업발전에 도움이 되는 과학기술을 개발한다고는 하지만 왠지 소위 ‘가방끈이 긴 박사’들이 콧대가 높아 혹시라도 중소기업을 소홀히 대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막상 다가서기가 쉽지 않다"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모든 출연(연)의 정관에 ‘중소기업지원’이 주요 임무로 추가됨으로써 기관의 중요한 과제가 됐으며, 이를 뒷받침하는 조직으로서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부서가 설치·운영되는가 하면, 지원현장에서는 수많은 중소기업이 출연(연)으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사업화에 활발히 적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업화에 필요한 기술, 시험, 장비, 시제품 등도 함께 지원받고 있다. 연구자들도 중소기업과의 접점이 확대되면서 중소기업 관계자들과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협업에 나서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 중에서 새로운 기술을 찾아 이를 사업화에 적용하고 싶은 기업이라면 국내 그 어느 기관보다 출연(연)이 파트너로서 제격이다. 이것은 최근 출연(연)이 개발한 기술의 대부분이 중소기업으로 이전되고 있음에서 바로 알 수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만 보더라도 개발기술의 98% 이상이 중소기업으로 이전되고 있는데 그만큼 중소기업에 쓸모있는 기술을 ETRI가 개발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기업 간의 기술공유나 활용이 쉽지 않은 실정에서 기술뿐만 아니라 기술사업화의 전 과정에서 지원수단을 제공하고 있는 출연(연)을 활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남은 문제는 출연(연)과 협력한다고 모두 성공하지는 않을 텐데 이런 위험요인을 어떻게 경감시킬 수 있을 것인가이다. 다행히 좋은 소식이 있다. 최근 ETRI의 연구진이 중소기업협력사례를 분석한 연구결과를 보면, 현재 중소기업이 보유한 기술과 호환성이 높은 기술 분야에서 출연(연)과 협력할수록, 그리고 기존 기업제품의 업그레이드 목적으로 출연(연)의 기술을 활용할수록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사업화의 성공률이 각각 2배, 3배 더 높게 나타났다. 게다가 기술이전 횟수가 3회 이상인 기업은 한 번만 이전받은 기업보다 성공률이 무려 5배나 높았고, 기술이전과 사업화 지원을 함께 받은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성공률이 2배에서 많게는 11배까지 높았다. 우리 중소기업이 출연(연)을 전략적으로 잘 활용하면 기업에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증거가 아닐 수 없다. 아무쪼록 2022년 새해에는 출연(연)과 협력관계를 통해 놀라운 기업 성장을 달성하는 기업들이 더 많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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