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운호중 해체… 대성고·청주대 등 남아
충북·세종만 K2리그 이상 프로 축구팀 없어
"프로축구팀 창단돼야 선수육성 시스템 회복"

[충청투데이 심형식 기자] 1980년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공격수였던 최순호와 2002년 월드컵의 영웅 이운재를 배출했던 청주의 엘리트 축구 선수 육성 시스템이 무너지고 있다. 지역 내 학생 축구선수 부모들은 아이들이 축구를 잘하면 오히려 생이별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28일 지역 축구계에 따르면 현재 청주 지역 엘리트 축구팀은 덕성초, 대성중, 대성고, 청주대만 남았다. 충북대 축구부는 일찌감치 해체됐고, 운호중 축구부도 2018년 해체됐다. 청남초 축구부는 선수가 10명이라 엔트리도 채우지 못하고 있고, 운호고는 고등축구리그에 참가는 하고 있지만 선수가 14명에 불과해 정상적인 팀 운영이 어려운 상태다.

사회적 변화에 따라 체육분야에서 엘리트 선수를 발굴하기 어려운 것은 대부분 종목의 공통적 고민거리다. 하지만 야구, 축구 등 프로가 활성화 된 인기종목은 그렇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주는 대부분 학교 축구팀이 해체되면서 초·중·고·대 각급에서 한 개의 팀만 유지되고 있다. 지역 내 라이벌전이 학생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에 기여하는 바를 감안하면 앞으로의 미래는 더 암울하다.

엘리트 축구 선수 육성 시스템이 무너지게 된 이유는 지역 프로축구팀의 부재에서 나온다.

K2 이상의 프로축구팀은 U12, U15, U18 유스팀을 운영해야 한다. 프로축구팀 산하 유스팀에는 프로축구연맹의 재정지원이 뒤따른다. 프로축구팀의 지원과 연맹의 지원이 더해지면서 일반 학교팀에 비해 훈련시스템 및 여건, 장비, 지도자 등 모든 면에서 우위에 서게 된다.

이 때문에 초등학교 부터 두각을 나타냈던 선수들은 중학교 진학과 동시에 지역을 떠나게 된다. 인천유나이티드의 주전 골기퍼인 이태희가 청주 덕성초 출신이다.

뛰어난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 지역을 떠나면서 축구팀이 해체되고, 팀이 없어 지역을 떠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아들이 대성중 축구팀에서 운동을 하고 있는 A 씨도 자녀의 진학을 고민하고 있다. 대성고도 전국에서 인정받는 학교이긴 하지만 프로유스팀으로 진학하는게 축구선수로 성공할 확률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도 있다. 아직 어린 자녀를 타지로 유학보내는 상황 자체도 어렵지만, 어린 자녀를 타 지역 유스팀에 등록시키기 위해서는 보호자인 부모의 주소도 이전해야 한다. 그래야 학교 전학이 가능해서다.

A 씨는 "선수만 옮기는데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사업이나 직장 문제로 부득이하게 옮기지 못하고 주소만 이전하는 불법을 저질러야 한다"고 토로했다.

결국 프로축구팀이 창단돼야 선수 육성 시스템이 회복되는 길이다. 전국 17개 시·도 중에서 K2리그 이상의 프로축구팀이 없는 시·도는 세종과 충북이 유이하다. 지역 내에서는 프로축구팀 창단 움직임이 있긴 하지만 아직 여론의 전반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미지=아이클릭아트 제공

심형식 기자 letsgoh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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