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범·천안 담당 기자

[충청투데이 이재범 기자] "이 정도면 예견된 참사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내년 1월 1일 자로 예정된 천안시청 인사발표를 두고 상당수의 시설직(토목·건축 등)들 사이에서 나오는 말이다.

도시 개발의 주요 직무를 담당할 건설교통국장 자리를 비전문가인 행정직이 가져갈 것으로 예측되면서 제기되는 불만이다.

현 건설교통국장인 A 씨는 최근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그런데 뒤를 이을 시설직 5급 사무관들이 모두 4급 서기관 승진에 필요한 연수를 채우지 못했다. 일부 사무관은 자격조건을 불과 몇 개월 남겨놓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행정직이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린다.

이번 인사를 앞두고 시설직들의 ‘탄식’(歎息·근심이나 원망 따위로 한탄하여 숨을 내쉼)이 더욱 강하게 들리는 이유는 따로 있다. 그동안 시설직 몫으로 여겨졌던 각종 사업본부장(4급) 자리까지 하나씩 행정직이 차지하면서 쌓인 감정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것이다.

특히 토목직의 경우 사상 처음으로 서기관 자리 ‘0’명인 사태가 발생한다. 인근 아산시가 올해 토목직 4급을 3명 두고 도시개발을 이끈 것과 대조적이다. 아산은 토목직 사무관도 10명으로 9명인 천안보다 많다.

사실 이러한 일은 이미 예견된 결과다. 후임자를 미리 키워 대비하는 인사 정책이 부재했기 때문이다.

일부 직원들은 전임 시장 때부터 이어진 정책 실패가 지금 반영된 것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가뜩이나 매번 인사 때마다 ‘시설직 소외론’이 끊이지 않았던 상황에서 나온 불만을 외면하기 어려운 것은 그 자리가 갖는 무게감이 달라서다.

건설교통국장은 시의 주요 개발사업을 진두지휘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각종 전문분야 위원회의 위원장이나 부위원장에 당연직으로 들어갈 정도다. 물론 행정직에서도 능력을 갖춘 직원들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비전문가가 ‘열공’을 해서 따라잡기에는 천안의 발전 속도가 워낙 빠르다. 게다가 업무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급자에게 일일이 설명하고 결재를 받아야 하는 직원들의 고충도 따른다. 지금도 일선 현장에서 흙먼지를 맞으며 현장을 감독하는 시설직원들의 허탈함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천안시는 지난 1월 정기인사를 발표하면서 복지전문가를 전진 배치시키며 ‘적재적소 원칙’을 적용한 인사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당시 보도자료에서 강조된 멘트는 "앞으로도 각 분야에서 실행력과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발굴·육성하겠다"는 것이었다.

내년 1월 인사를 발표하며 시가 어떠한 ‘미사여구’(美辭麗句·아름답게 꾸민 말과 글귀)를 내세울지 사뭇 궁금해진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