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빈·취재2부 정치사회팀 기자

[충청투데이 서유빈 기자] 지난 2월 2일 대전 동구의 한 화물 관련 사업장에서 후진하는 지게차를 막기 위해 지게차 뒤로 이동한 후 화물 트레일러와 지게차 사이에 끼여 67세 남성 사망. 3월 18일 충남 논산시 노성면 제조업장에서 정체 과정 중 역류가 발생해 폭발 사고가 일어나 30세 남성이 사망하고 29, 39, 27, 26세 남성 네 명 부상. 6월 12일 세종시 소정면의 건설업장에서 도로 노면 절삭작업 중 덤프트럭이 후진하며 진입 중 충돌해 55세 남성 사망.

올해 충청권에서 발생한 중대재해 사고 가운데 일부다.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고는 매년 수십, 많게는 수백 건 이상 일어난다.

특히 사업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5인 미만 사업장 내 발생 사고가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19년 기준 충청권 지역에서 운영 중인 5인 미만 사업장은 △대전 9만 7090개(17만 4488명) △충남 14만 1859개(25만 7413명) △충북 10만 6959개(19만 2206명) 등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사업장 중 80% 수준이며 총 근로자 수는 62만여 명에 달하는 셈이다.

12월 임시 국회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을 두고 노동계의 성토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모든 노동자가 근무 환경에 차별 없이 안전하게 일하며 일한 만큼의 대가를 받을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다.

민주노총 대전지역본부도 21일 성명서를 통해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고통에 공감한다면서 노동자의 권리를 저울질하지 말아야 한다"며 "중소상공인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국회와 정부가 지원책을 마련할 일이지 노동자의 권리와 경쟁시킬 일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날 자리에 함께한 신문수 대전을지대병원 보건의료노조 지부장은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연일 수천 명에 달하며 의료 현장의 역할이 중요한 상황에서 대전만 해도 의료인 절반이 5인 미만의 의원급에서 근무하고 있다"며 "주 4일제를 논의하는 현실에 관공서가 쉬는 날이나 연차, 생리휴가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 전날 다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에서 또다시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가 유보됐다.

근로기준법이 개정돼야 5인 미만 사업장에 노동 시간을 비롯해 △연차 휴가 △연장·야간·휴일 수당 등이 적용되고 이후 중대재해처벌법 등에 포함될 수 있는 발판이 생긴다.

근로기준법 11조 1항의 ‘5인 미만 사업장 적용 제외’를 그대로 둔 채 일부 항목만 적용하겠다는 것은 차별을 고착시키고 노동 사각지대를 키우는 것과 다름없다. 1970년 8월 9일의 전태일은 일기에서 노동자의 무게이자 언젠가 이뤄질 염원을 뜻하는 ‘덩이’를 언급했다. 2018년 12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는 24살 청년 김용균이 안전대책 미흡 탓에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전태일이 못 다 굴린 덩이를 이어 굴릴 이는 누구인가. 또 언제까지 노동자들이 힘에 겨울 정도로 덩이를 굴려야 하는 사회에 살아야 하는가. 각계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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