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원 대전 YWCA 회장

7~8년 전부터 매 주 화요일 점심은 동료 교수들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학과 회의뿐 아니라 서로의 삶도 나누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생각도 못c한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수업이 비대면으로 대체되고 화요모임도 자제할 수밖에 없었다. 2년여 동안 사람 간의 관계가 코로나 19에 의해 볼모가 잡혀 있던 중 백신 접종과 함께 일상생활의 제약이 조금씩 풀리면서 우리들의 화요모임은 조심스레 재개되었다.

지난주 화요일도 변함없이 학교 인근 국숫집에 모여 즐겁게 식사를 하고 있었다. 한창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던 중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바로 어제 참석한 회의에서 진행을 맡은 사람이 확진자로 판정이 났으니 되도록 빨리 검사를 받으라는 것이다. 비록 밀접 접촉자는 아니지만, 순간 명치끝이 꽉 막히고 머릿속이 하얗게 되는 것을 느꼈다. 지금 여럿이 밥을 먹고 있다는 것뿐 아니라 오전에 대면 수업으로 학생들과 토론한 게 생각이 나 마음이 너무 복잡해지는 것이었다. 일단 식사를 중단하고 선별검사소로 달려가 검사를 마치고 결과가 나오기까지 자가격리를 하였다. 다음 날 아침 9시, 음성이란 결과가 오기 전까지 내 마음은 정말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불안과 두려움 그리고 후회와 알 수 없는 죄책감까지 들어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

결과를 기다리면서 지금 이 시각에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가슴을 졸이고 있으며, 혹여 양성으로 판정받은 사람들은 또 얼마나 무섭고 힘들까 싶은 생각을 들었다. 그리고 안절부절 하는 나 자신을 보면서 코로나가 우리의 정신을 얼마나 황폐케 만들고, 삶을 옥죄고 있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코로나19와 함께 한 시간이 어느덧 3년째로 접어들고 있다. 전 국민 백신 완료 접종률이 81.2%로 매우 높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오미크론이라는 변이 바이러스가 출현함과 동시에 치솟고 있는 확산세를 막고자 지난 13일부터 확대된 ‘방역 패스’가 시행되고 있다. 장기화된 코로나19는 경제적 어려움뿐 아니라 우리네 삶의 행복의 기본 요건인 인간관계를 황폐케 하고 있다. 우리들은 만나고 시간을 나누면서 서로의 삶의 씨줄과 날줄이 되어 풍요로운 인생을 만들어가는 존재이다. 비록 코로나19로 인해 강제적으로 분리된 삶을 강요받고 있지만 이럴수록 더욱 우리는 슬기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연말연시 자칫 느슨해지기 쉬운 이때, 모두의 일상이 회복되는 그 날을 위해 더욱 마스크 쓰기, 거리 두기를 철저히 지켜 우리 모두가 고대하는 그 날이 하루라도 더 빨리 올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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