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택시기사, 장시간 노동에도 수익 급감… 배달업 발길 돌려
코로나19·속도저감 교통정책·대기업 플랫폼의 수수료 등 겹친 탓
관계자 "속도저감 정책에 택시 신속성도 사라져… 택시업의 위기"

16일 대전역 앞 승강장에서 택시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이경찬 기자 chan8536@cctoday.co.kr
16일 대전역 앞 승강장에서 택시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이경찬 기자 chan8536@cctoday.co.kr

[충청투데이 전민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수입이 급감한 대전지역 택시기사들이 배달업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승객 감소, 속도저감 교통정책, 대기업의 플랫폼 시장 장악 등으로 택시업계 수익이 급감한 이유에서다.

16일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으로 대전지역에 등록된 택시는 7815대다.

2019년 등록 택시 대수는 8270대로, 현재와 비교했을 때 약 5% 가량 줄어든 수치다.

개인택시는 면허가 8000만원에서 1억원대에 거래되며 등록대수 변화는 거의 없지만 법인 택시의 경우 같은 기간 447대가 줄어 감소폭이 컸다.

택시업계에선 차량등록을 유지하고 있지만 사실상 영업하지 않고 주차돼 있는 법인택시들을 포함하면 실제 운행하는 택시 대수는 더욱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제로 택시기사들이 어려움을 토로한다. 지역에서 개인택시를 운전하는 이남희 씨는 “새벽 3~4시까지 손님들이 줄지었던 연말이지만, 요즘엔 퇴근 시간 이후면 손님이 없다”며 “하루 15시간을 해도 최저임금도 안 되는 월 수입이 들어오니 생계를 유지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잠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일만 하지만, 예전 벌이의 절반 수준만 손에 쥘 정도로 매출이 떨어졌다는 것.

40·50대 기사들은 배달 쪽으로 많이 빠지기도 한다. 사적모임 인원제한 등으로 오프라인 모임이 줄어들자 가정 내 소규모 모임이 늘었고, 늘어나는 배달주문에 택시기사들이 택시 대신 배달업으로 이동하고 있다.

배달 주문 식당을 운영하는 이들 또한 코로나19 이후 배달주문이 꾸준히 증가하는데 공감하고 있다. 주문이 많을 땐 배달 가능한 물건 개수가 1000여개지만, 픽업 요청 음식은 1600건에 육박하는 식이다.

배달기사가 이전보다 늘었으나 여전히 수요대비 배달인력이 부족해 월 600만~1000만원까지 벌다 보니 많은 이들이 배달업으로 넘어 온 상황이다.

택시기사를 하다 올해 배달업으로 넘어 온 B 씨는 동료 5명과 함께 택시 운전을 그만두고 배달업으로 이동했다. 지난해 택시 수익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보다 30~40% 감소했고, 여기에 대기업 플랫폼의 수수료를 내고 나면 손에 쥐는 돈은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B 씨는 “배달로 넘어온 이들이 아는 택시기사만 5명은 된다”며 “배달은 하루 10~11시간 정도 일하면 최소 400만원은 벌어간다. 이마저도 너무 고령이면 오토바이 배달을 할 수 없어 50대의 젊은 택시기사들만 주로 이동했으니 우리는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현 상황이 속도 제한정책, 대기업 플랫폼의 시장 장악, 코로나19로 인한 손님 급감 등 다방면에서 택시업계에 위기를 가져오는 상황으로 풀이하고 있다.

개인택시운송조합 한 관계자는 “안전속도 5030, 어린이보호구역 등 속도를 제한하는 교통정책이 겹치면서 택시의 최대 강점인 신속성이 사라지고 있다”라며 “단순히 ‘택시기사들이 넘어간다’가 아니라 택시업의 설자리가 없어지는 막막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전민영 기자 myjeo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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