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수족관법 개정 시행 3년
대전 실내동물원 맹수 사육장
내부 좁은 탓 정형행동 보여
소음·시선 피할 공간도 없어
올빼미·거북이·뱀도 마찬가지

▲ 협소한 사육장 내부에서 생활하고 있는 동물들. 사진=김성준 기자
▲ 협소한 사육장 내부에서 생활하고 있는 동물들. 사진=김성준 기자
▲ 협소한 사육장 내부에서 생활하고 있는 동물들. 사진=김성준 기자
▲ 협소한 사육장 내부에서 생활하고 있는 동물들. 사진=김성준 기자

[충청투데이 김성준 기자] 동물원 사육환경 수준과 동물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한 개정법이 시행된 지 3년이 흘렀지만 열악한 환경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찾은 대전의 한 실내 동물원 맹수 사육장은 ‘맹수’란 말이 무색하게 좁고 열악했다.

벵골호랑이는 협소한 사육장 내부에서 스트레스로 인해 같은 공간을 왕복하는 ‘정형행동’을 보였다.

사육장 크기는 ‘동물원 관리·사육 표준 매뉴얼’에 명시된 기준(한 마리 기준 55㎡, 펜스 높이 4.3m)에 부합했지만 몸길이 2~3m, 몸무게 150~250㎏에 육박하는 호랑이가 살아가기엔 턱없이 비좁았다.

사육장 바닥과 벽은 시멘트로 이뤄졌고, 관람객들의 소음과 시선을 피해 몸을 숨길 수 있을 만한 공간도 없었다. 재규어, 곰 등 맹수 외에도 올빼미, 거북이, 뱀 등 많은 동물들이 좁은 공간에 갇혀 서식 중이었다. 이날 자녀와 함께 동물원을 찾은 A(38) 씨는 "초원을 뛰어다녀야 할 동물들이 좁은 우리에 갇혀서 기운 없이 있는 걸 보니까 별로 유쾌하지는 않다"며 "아이 교육 때문에 왔는데 앞으로는 우리를 넓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동물원의 서식환경 수준과 동물복지 향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자, 2018년 말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동물원수족관법)을 개정해 지방자치단체장이 5년마다 동물원과 수족관 관리 종합계획을 세우도록 했다. 개정법 시행 3년을 맞았지만 아직 각 지역 동물원·수족관에 대한 실태조사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이다.

대전시가 수립한 ‘동물원 및 수족관 관리 종합계획’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지역 동물원·수족관은 대전오월드와 티놀자 애니멀 파크, 신라애니멀그룹 대전아쿠아리움 등이다. 대전 오월드에는 124종 891마리의 동물들이 있으며, 티놀자 애니멀 파크와 신라애니멀그룹 대전아쿠아리움에는 각각 69종 355마리, 253종 4886마리의 동물들이 서식 중이다. 대전지역 동물원 대부분은 여전히 감옥형 동물 전시관을 사용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 좁은 사육장, 은신처 부재 등 동물 생태에 대한 고려 없이 관리자와 관람객 중심으로 만들어진 구조가 동물들에게 정형행동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는 현행 동물원의 등록제를 허가제로 바꾸는 내용의 법안 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관련 법 다수는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동물원수족관법만 12개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 관계자는 "2025년까지 동물원과 수족관 관리를 위한 종합계획을 연차별로 추진할 것"이라며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동물원 서식환경을 개선하고 동물복지를 향상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준 기자 junea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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