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윤석 대전을지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1세기 전에 존스홉킨스 의과대학을 창설한 윌리엄 오슬러경은 "의학은 불확실성의 과학이자 확률의 예술"이라고 정의했고 이는 지금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선의 결정이라도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불확실성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모든 잠재적인 원인, 예상되는 미래 결과, 확률, 치료 선호도까지 고려해야 하는데 인간의 지식과 증거 기반의 데이터는 턱없이 부족하다.

인체는 100조개의 세포와, 단백질, 유전자 등이 서로 얽히고 설켜 작동하는 비선형적인 복잡 시스템이며 개개인마다 고유의 인체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하나의 우주다.

그러기에 같은 질병에 걸렸어도 원인은 사람마다 다르다는 ‘등결과성’을 지닌다. 즉 위염에 걸렸을 때 헬리코박테리아가 원인이 아닌 그 사람의 생활 습관, 스트레스, 호르몬, 기저 질환, 음주 흡연 상태, 복용하고 있는 약물, 주변 사람 등 수많은 원인으로 인해 위염이 생긴 것이다. 이와 같은 비선형적인 관계를 선형적인 관계로 풀려는 기존 의료시스템은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고 디지털 헬스케어, 지능의료 조차도 그 범위를 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요가 증가하면서 메타버스가 급부상하고 있다. 메타버스는 가상·초월을 의미하는 ‘메타’와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의 합성어로 가상세계와 현실세계의 경계가 허물어진 세상이다. 기존의 인터넷이 글과(선) 사진이나 동영상(면)의 선형적인 연결이었다면 메티버스에서는 공간의 연결이다. 이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완전히 다른 세상이 열린다. 자신만의 세계관을 가지고 집을 짓고 물건을 팔 수 있으며, 게임도 하고 공연도 할 수 있다. 메타버스와 의료가 만나 새로운 비지니스 모델을 만들 때이다. 메타버스의 본질은 의학과 마찬가지로 비선형적인 복잡계이고 의학의 본질인 불확실성과 확률의 예술이 메타버스 안에서 진가를 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가상병원을 짓고 실습 및 병원을 체험하는 기존 의료체계에 메타버스를 입힌 수준으로 미래에는 메타와 케어가 융합돼 새로운 의료 체계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인공지능 기반의 가상의 메타케어 공간에서 가상병원을 지어 진료도 받고 현실 속 나의 건강을 모니터링하며 수술 또한 가상 수술방에서 원격으로 진행되는 가상 진료와 현실 진료가 무너지는 세상이 될 것이다.

인간의 기술은 언제나 인간의 기능을 확장시키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메타버스 기술도 게임 모델을 넘어 인간을 가장 이롭게 할 수 있는 분야에서 꽃을 피울 것이다. 그곳 중 한 분야가 의료다. 의료와 메타버스는 둘다 비선형적 시스템으로 서로를 필요로 하고 보완적이지만 의료 분야 메타버스 모델이 없다. 그러니 지금 시작할 때다. 한국이 2002년 메타버스를 최초로 만들었듯 한국이 의료분야의 성공적 모델을 만들 수 있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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