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학회 한서대학교 교수

또 12월이다. 이때의 화두는 불우이웃돕기다. 법화경 신해품(信解品)에 득열반일일지가(得涅槃一日之價)라는 말이 있다. 관련 내용을 다 말할 수는 없으나, 석가모니불의 직접적인 제자는 보살행 실천이 없는 깨달음은 하루 똥 푸는 품삯밖에 되지 않는다며 이타행(利他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오현 스님의 이야기다. 어느 날 장례식장엘 갔는데 사람들의 칭찬이 자자한 시신을 염하는 이가 있어 연유를 물으니 "실상은 자신을 위해서 하는 것인데 남들이 망자를 위한 것으로 착각하니 부끄럽다"고 했단다.

선행을 하는 사람들 중에 죽어 천국에 가기를 소원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부처님은 보살행을 인식하지 않아야 보살이라고 했고 예수님은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고 하셨지만, 선행의 보상으로 하늘나라에 가기를 원하더라도 사회가 더 건강해지기를 위해서는 이웃에 대한 따뜻한 선행이 필요하다. 영웅적인 선행을 하는 사람보다는 십시일반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는 그런 도움의 문화가 필요하다. 오병이어의 기적은 공동체가 아무리 어려워도 이웃을 위하는 마음이 있다면 넉넉해진다는 뜻이 아닐까? 코로나19로 삶이 많이 팍팍하겠지만 이웃에게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와 몇 푼의 기부는 우리 사회를 살만하게 할 것이다.

박경식이란 사람이 있다. 그는 6개의 이웃돕기 봉사모임에 참가하고 있고 서산에서는 꽤 오랫동안 솔선수범 애정과 자기희생으로 봉사단체를 이끌어왔다. 그는 휴지 줍는 노인이 지나가면 그 수레를 밀어줘야 하고 거지를 보면 몇 푼이라도 남모르게 주고 가는 가슴이 따뜻한 사람이다.

그에게 왜 봉사활동을 열심히 하냐고 물어보니 특별한 계기가 있어서가 아니고 어려운 이웃을 보면 측은지심이 발동해서 지나치지 못해서란다.

나도 그의 선도로 내가 무척이나 어려운 시절 길에서 주운 파란 주머니 하나가 계기가 되어 자선단체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의 선행은 서산과 우리 사회가 조금 더 따뜻해지는데 일조한다고 본다. 대한민국은 선진국이다. 1인당 GDP 3만 불이 넘는 경제적 달성 뿐 아니라 △효과적인 의료시스템 △교육성과 지수 △행복의 척도와 민주주의 진행사항 △사회보호제도들의 발달 등도 선진국 조건에 부합해야 하는데 불우이웃돕기도 선진국이 되기 위한 시민의식의 중요한 요건이라 생각된다. 그런데 이러한 사회적 성숙에 비추어 이웃돕기 활동에서 요구되는 것이 있다.

요즘 각종 언론매체에서는 빈곤포르노라 할 정도로 온갖 종류의 자극적 불우이웃돕기 광고가 많이 나온다.

어떤 사람들은 선한 마음으로 기부에 동참하겠지만 또 다른 사람들은 과연 그들이 모금한 돈을 제대로 불우이웃을 위해 쓰는지 의심스러워하며 주저한다. 이 의심을 불식시키는 신뢰의 형성은 선행을 강조하기에 앞서 마련해야할 사회적 조건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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