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곤·대전본사 취재2부 교육문화팀 기자

[충청투데이 김중곤 기자] 축구에서 볼보이는 경기장 밖에서 대기하다가 안으로 공을 공급하는 일을 맡는다. 선수들의 움직임을 매우 가까이서 지켜보며 꿈을 키워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학생선수들의 수요가 상당하다. 세계적인 축구스타인 박지성과 손흥민도 유년 시절 볼보이를 경험한 것처럼 이미 국내 리그에선 유소년클럽 선수들에게 홈경기 볼보이를 맡기는 것이 문화로 자리했다. 그런데 볼보이가 경기에 보이지 않게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하다. 공이 경기장 밖으로 나간 상황에서 볼보이가 자의적인 판단으로 공 배급 속도를 조절하며 경기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12일 대전하나시티즌과 강원FC의 K리그 승강플레이오프(이하 승강PO) 2차전. 합계 점수에서 2-3으로 밀린 하나시티즌이 후반 맹공을 퍼부으려 했으나 번번이 볼보이가 경기에 개입하며 흐름을 끊었다. 강원 진영에서 밖으로 나간 하나시티즌 소유의 공을 빠르게 공급하지 않으며 강원이 전열을 갖출 충분한 시간을 제공한 것이다. 특히 후반 25분경엔 볼보이가 아예 미동조차 하지 않아 하나시티즌 선수들이 직접 경기장 밖으로 나가 공을 가지고 와야 했다. 참다못한 수백명의 대전 원정 팬들은 볼보이를 향해 욕설을 날리고 페트병을 던졌다. 결국 해당 볼보이는 경기 감독관의 지시로 교체됐고, 승강PO는 2-4 강원의 승리로 끝났다. 이날 경기의 볼보이는 강원 산하 유소년클럽인 강릉제일고 선수들이 맡았다고 알려졌다. 아무리 강원의 승리를 간절히 바랐다지만 특정 팀에만 우호적이었던 이들의 행동은 원활한 경기 진행을 보조한다는 볼보이의 존재 이유를 망각한 것과 다름없다. 스포츠의 페어플레이 정신에 위배되는 것이기도 하다.

경기 후 최용수 강원 감독은 "볼보이 영역은 내가 관여할 바가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최소한 강릉 차원에선 유소년클럽 선수 대상으로 페어플레이 교육을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 신사다움, 동료애를 잃은 승리는 모두에게 박수받을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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