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각 김용각건축사사무소 대표

서울 삼성역에서 코엑스를 바라보면 가로 81미터, 세로 20미터의 커다란 두 벽면에 설치된 LED스크린 속에서 요동치는 파도의 역동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디자인기업인 디스트릭트라는 회사의 공공미술 프로젝트 ‘Wave’이다.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에 알려져 최근에는 뉴욕 맨하튼 타임스퀘어에 102미터의 폭포를 떨어트리고 고래가 헤엄치는 광경을 연출했다.

100여명의 직원을 두고 60억원이 넘는 적자 상태의 회사를 우뚝 일으킨 디자인 기획의 힘을 느끼게 된다. 회사가 가진 인력이나 기술은 세계적인데 용역 수준의 업무를 자체 콘텐츠를 만들어 라이센스 사업으로 전환한 획기적인 발상의 결과물로서 창의적인 생각과 과감한 도전정신이 만들어 낸 멋진 성공기인 듯하다. 더군다나 코로나 상황에서 도심 한복판에 가상 자연을 연출한 것은 시대상을 잘 투영한 멋진 기획이라 생각된다.

눈여겨 볼 것 중에 하나는 이들이 무명일 때는 댓가 없이 영상을 제공했었는데 세상적인 성공을 이루니까 대여료를 받지 않을테니 영상을 더 틀어달라고 부탁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성공을 향해 달리는 모든 이의 로망이지만 모두 다 이룰 수는 없는 로또같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필자가 후배들이나 제자들에게 종종 하는 말이지만 자신의 실력을 키우는데 게으르지 말라는 것은 언제든지 기회가 왔을 때 선점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라는 것으로서 막연한 기대감만 갖지 말라는 경고의 뜻도 있다.

수 년 전, 국토교통부는 ‘역량건축사’라는 새로운 호칭을 만들고 정부 및 지자체에서 발주한 현상공모에서 당선한 건축사에게 그 호칭을 주었다. 그리고, 불법행위와 부실공사 방지를 위해 시행하고 있는 ‘허가권자가 지정한 감리자제도’에서 제외시켜 자신이 설계한 건축물을 직접 감리할 수 있게 했다. 그런데 몇몇 역량건축사들이 자체감리제도를 악용하여 설계비를 덤핑하고, 불법행위를 조장하며, 부실공사를 눈감아주고 있어 포항지진사태이후 근절되었던 부실공사가 재현되고 있는 실정이다. 몇몇 장사치 시공자들의 겁 없는 장난에 동조하는 전문직으로서의 사회적 의무를 망각한 그들의 안타까운 모습을 바라보며 제자리로 돌아오길 바랄 뿐이다. 관내 허가권자와 건축사협회는 물론 건설협회와 전문건설협회가 합동점검이라도 해서 자정할 수 있는 분위기를 끌어냈으면 하는 바램도 있다.

자신들이 갖고 있는 역량이 개인적인 표현을 넘어 사회적인 영향력을 미칠 때 스스로 그 역량의 책임에 대해 각별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세상을 향한 선한 영향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야 할 부분을 찾고 그 역량을 가다듬는다면 지역은 물론 지역을 대표하는 멋진 선두주자가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대전에도 모두가 바라보며 즐길 수 있는 ‘새로운 파도’가 풍성하게 출렁이길 두 손 모아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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