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선배 충북도의원

때만 되면 나오는 무상급식 비용분담 논란이 이번에는 좀 이르게 제기됐다. 충북도는 그동안 부담해 온 75.7%(시·군비 포함)의 초·중·고·특수학교 식품비를 내년도 예산에서는 40%로 낮춰 편성했다. 그러자 충북도가 2018년 도교육청과의 합의를 깬 것 아니냐며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다행히 지난주 도의회 임시회에서 이시종지사가 재원이 없어서 예산을 반영시키지 못했을 뿐 합의를 깬 것이 아니라며 추경에 빚을 내서라도 부족분을 편성하겠다고 밝혀 일단락됐다.

무상급식 논의는 지난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작됐다. 당시 무상급식은 우리 사회에 선별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라는 큰 담론을 던졌다. 선별적 복지를 고수한 이명박 정부는 끝내 무상급식을 거부했다. 그러자 그해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광역단체장 후보와 진보교육감 후보들이 공약으로 내세웠다. 선거 후 2011년 충북도에서 전국 최초로 초·중학생 전면 무상급식이 시행됐다. 도지사와 교육감들은 합의를 통해 무상급식 비용 분담률을 정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서로 뜻은 합쳤지만 부담에는 동상이몽이었다.

협약에 앞서서 갖가지 유리한 근거자료를 꺼내들고 덜 부담하겠다고 맞섰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무상급식을 반대하다 주민투표로 낙마했고, 무상급식에 소극적이던 시·도에서는 뒤따랐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무상급식은 정착됐다. 10여 년이 흐른 지금, 전국 17개 시·도에서 모두 무상급식을 시행하고 있다. 무상급식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거나 반대하는 국민은 거의 없다. 무상급식은 중앙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단체가 먼저 시작해서 정착시킨 제도다. 보편적 복지의 지평을 넓힌 정책이기도 하다.

그러나 자치단체와 교육청이 상호협약을 통해 진행되는 만큼 불안정하다. 올해 충북도에서 발생한 분담률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내년도 지방선거가 끝나면 다시 규정을 정해야하기 때문에 협의과정에서 논란이 우려된다. 이제 무상급식이 정착 단계에 들어선 만큼 중앙정부가 책임지고 시행할 때가 됐다. 무상급식은 무상교육의 일환이다. 그리고 의무교육을 무상으로 하는 것은 헌법적 가치다. 정부의 책임 하에 국비 부담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다. 600조원이 넘는 예산 규모에다가 저출산 해결을 위해 수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국가에서 아이들 무상급식은 ‘나 몰라라’ 하고 지방자치단체에 떠넘기고 있다. 또 자치단체는 빠듯한 지방재원을 염출하면서 매번 파열음을 내고 있으니 딱한 노릇이다.

무상급식이 시작된 이후, 국가 책임과 국비지원을 규정하기 위한 학교급식법 개정이 여러 차례 시도됐으나 모두 무산됐다. 그동안 지방자치단체가 나름대로 추진하다보니 공통적으로 적용하는 급식단가 기준이 없어 급식비가 각 지역별로 서로 다르게 책정되고 있다. 그러니 급식의 질과 수준이 다를 수밖에 없다. 학교급식법에는 아직도 국비부담 규정이 없고 식품비와 운영비 일부가 보호자 부담으로 규정돼 있다.

이제 정부가 나서 이런 문제들을 정리하고 국가의 책임 하에 무상급식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켜야 한다. 그리고 각 당의 대선 주자들도 이런 것부터 살뜰하게 챙겨야 공약의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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