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호 대전대 경찰학과 교수

‘근대경찰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Robert Peel 경은 1892년에 경찰의 기본적 임무는 ‘범죄와 무질서의 예방’이라고 했다.

이 말은 평소에 경찰은 범죄예방에 중점을 둬야 하지만 범죄가 발생한 경우에는 엄정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경찰이 대응하는 각종 사건의 경우 동일한 사건은 거의 없고 T.P.O(시간, 장소, 상황)에 따라서 매우 달라지기 때문에 일선 경찰관은 현장대응 시 매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달 중순에 발생한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의 경우도 거의 예상하기 어려운 여러 상황들로 인해 발생한 사건이었다. 현장 경찰관이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해 일가족 3명이 다치고 인천경찰청장이 사퇴하고 두 명의 현장 경찰관은 해임처분을 받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었다.

사실상 물리력을 활용해 범죄행위를 진압하는 경찰업무의 특성상 범죄진압 과정 중에 경찰관과 피의자의 신체 피해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그 결과 경찰은 피의자의 반응에 따라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2019년 11월에 경찰 물리력 5단계 행사 기준을 마련했다. 그러나 향후 경찰의 부실 대응을 더욱 예방하기 위해서는 일선 경찰관이 법규에 근거해 엄정하게 법집행을 할 수 있도록 법·제도적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한다.

2017년 12월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를 키운 원인 중 하나는 소방관의 면책규정 미비로 파악돼 그 이후에 국회는 ‘소방기본법’ 제16조의5를 신설해 소방공무원 형사책임의 임의적 감면규정을 마련했다. 최근에 발생한 몇몇 사건의 경우에도 범죄 관련 직무수행 과정에서 경찰공무원의 경과실로 인한 사고에 대해 형을 감면할 수 있다는 근거가 없었다. 경찰관이 법집행에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다는 여론에 따라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지난 11월 29일에 경찰의 현장 대응력 강화를 위해 ‘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에 신설된 제11조의5(직무 수행으로 인한 형의 감면)에 대해서 일부 시민단체는 "경찰이 ‘형사책임 감면’ 조항을 갖게 된다면 어려운 결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개정(안)의 경우 해당 경찰관의 형사책임에 대해서 무조건적 감면이 아니라 그 정상을 참작해 감면할 수 있다는 규정이므로 형사책임의 최종적인 감면 여부는 재판을 통해서 결정될 것이다.

또한 해당 경찰관은 단지 경과실에 대한 형사책임만을 감면 받을 수 있을 뿐이고 경과실이더라도 불합리한 법집행을 행한 경우에는 징계책임과 민사책임을 져야 하므로 이번 개정(안)으로 인해 일선 경찰관이 경찰권을 불합리하게 남용하는 사례는 거의 없을 것이다.

앞으로 유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국회, 지방자치단체, 시민, 경찰이 협력해서 효과적인 현장대응력 강화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먼저 국회는 형사책임의 감면대상을 명확히 해 개정(안)에 대한 우려를 최소화하고, 각 시·도 자치경찰위원회는 다양한 지원방안을 모색하고, 시민은 ‘경찰의 눈과 귀’가 되어 적극적으로 범죄신고를 하는 등 협력해야 할 것이다.

개정(안)은 경찰의 현장대응력 강화를 위한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므로 경찰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법집행 매뉴얼을 정비하고, 지속적인 교육훈련을 실시하고, 테이져건 등 경찰장비를 개선하며, 바디캠 부착 등 경찰권 남용 방지 대책을 철저하게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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